우리 집에 놀러 올래?

by 브라이트

엄마, 요즘 세상은 정말 신기해.

다들 손바닥만 한 화면 속에 갇혀 있는 것 같아.

친구들은 말이야, 학교 끝나면 벤치에 모여서 다 같이 게임을 하고,

게임을 안 하는 애들은 옆에서 그걸 구경만 해.

재미가 끊이지 않는대.


그런데 엄마, 사람들이 지루할 때 핸드폰을 꺼내는 것처럼,

나는 심심해지면 오디오북을 들어.

가끔은 오디오북을 틀어놓고 종이책을 같이 읽기도 해.

그럼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르거든.


근데 엄마, 그거 알아?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지루함을 즐기는 시간'이야.

오디오북마저 지루해지면 그냥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어.

굳이 지루하지 않으려고 애쓰지 않아.

“뭐 해?”

“아무것도.”

“그게 재밌어?”

“응. 생각보다.”

그냥 끝없이 펼쳐진 풀밭에서 소가 풀을 뜯어먹는 장면을 상상해.

그러다 보면 스르르 잠이 들고

어느새 바다에 가 있어.


엄마가 그랬잖아.

나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 양수 안에 있을 때부터 내가 발차기를 참 잘했다고.

“너는 진짜 힘이 좋았어.”

“그래서 내가 수영을 좋아하나?”

“그런가 보다.”


그래서일까? 나는 물속이 정말 좋아.

바다의 파랑은 늘 따뜻해.

깊은 파란색이 내 몸을 감싸 안으면 제일 부드러운 담요를 덮은 것처럼 안심이 돼.


거친 모래가 발바닥을 파고들고,

눅눅한 짠 바람이 뺨을 스치다가

저 멀리서 집채만 한 파도가 다가와.


"온다!"

거대한 물의 몸통이 그대로 나를 덮치고 짠물이 코끝까지 차오르면,

귀는 먹먹해지고 심장은 터질 듯이 뛰어.

그때는 엄마 손도 안 닿아.


하지만 엄마, 바로 그때더라고.

내 몸 안의 모든 감각이 깨어나 나를 지켜주는 건.


발등으로 물의 벽을 가르고

손바닥으로 물을 밀어내면서

온 힘을 다해 나를 밀어 올릴 때!

"푸하-!"

수면 위로 떠올라 숨을 내뱉으면 멀리서 엄마가 외치지.

“괜찮아?”

“괜찮아! 또 할래!”


그때 느껴지는 그 긴장감 있잖아.

낚싯바늘에 걸린 물고기의 미세한 떨림이 손끝에 전해질 때처럼,

보이지 않는 생명력이 내 힘과 팽팽하게 맞부딪히는 순간이 나는 너무 좋아.


그런데 엄마, 눈을 뜨면 다시 고요한 소파 위야.

꿈속에서 느꼈던 그 몸부림이 그리워.

지금 바다로 달려갈 수는 없으니까,

대신 친구들을 우리 집으로 부르고 싶어.


짐볼로 서로를 밀치며 ‘격투기’ 게임도 하고,

숨이 차서 바닥에 벌러덩 누워 같이 웃고 싶어.

“야, 진짜 세게 밀지 마!”

“네가 먼저 했잖아!”

“잠깐만, 숨 좀 고르자!”

직접 살이 맞닿고, 숨소리가 들리고,

서로의 힘을 느끼는 게 진짜 노는 것 같거든.


엄마,

나는 하루 종일 차가운 기계만 들여다보는 건 싫어.

친구들이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나는 진짜 얼굴을 보고 만나고 싶어.

정 안 되면 영상 통화라도 해서 애들 표정을 보고 싶어.


엄마,

친구들 뭐 하는지 한번 물어봐 줄래?

아니면 내가 먼저 “우리 집에 놀러 올래?”라고 물어봐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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