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더위가 아직 남아 있던 우리 학교는 매미들의 천국이었다.
매미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지만 울음소리는 엄청났다.
학교가 떠나갈 듯 맴맴거렸고, 쉬는 시간에 우리가 떠드는 소리보다도 훨씬 크게 느껴졌다.
소리가 나는 쪽을 따라 고개를 들어보니 나무 기둥 높은 곳에 매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매미를 찾으려고 계속 위만 쳐다보고 있자니 목이 아파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눈을 붙잡은 건 시끄러운 매미 떼가 아니었다.
매미를 찾으려고 둘러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매미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쉬는 시간마다, 방과 후에도 운동장 가장자리 벚나무 아래를 맴돌았다.
나뭇가지 사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샅샅이 살폈다.
그렇게 해서 찾아낸 건 매미의 허물이었다.
투명하고 바스락거리는 갈색 껍질들.
내 눈에는 그게 꼭 보물처럼 보였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가방에 가득 담아 온 허물들을 거실 바닥에 와르르 쏟아놓았다.
“엄마, 이것 좀 봐. 나 오늘 진짜 많이 모았지?”
엄마는 다가와 허리를 굽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셨다.
“우와. 이게 다 몇 마리니?”
나는 허물 하나를 조심히 집어 들고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 낮에는 허물만 있잖아.
근데 밤에 학교에 가면 진짜 매미가 나오는 걸 볼 수 있을 것 같아.
껍질을 뚫고 날개 펴는 순간 말이야.
오늘 밤에 같이 가면 안 돼?”
엄마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으셨다.
“학교는 밤에 문을 잠가. 그건 안 될 것 같아.”
내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지자, 엄마가 다시 물으셨다.
“그런데 너는 매미가 그렇게 좋니? 엄마는 솔직히 너무 시끄러워서 싫어.”
그 말을 듣는 순간, 괜히 마음이 울컥했다. 매미들이 갑자기 아주 불쌍하게 느껴졌다.
나는 엄마를 똑바로 바라봤다.
“엄마, 매미가 우는 건 시끄럽게 하려는 게 아니야.
짝을 찾으려고 부르는 노래야.”
그리고 바닥에 흩어진 허물들을 가리켰다.
이 매미들은 땅속에서 짧게는 5년, 길게는 7년도 넘게 산다.
햇빛도 못 보고, 캄캄한 흙 속에서 나무뿌리 즙만 먹으면서 말이다.
말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렇게 오래 참고 올라왔는데, 땅 위에서는 겨우 일주일이나 이주일밖에 살지 못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죽기 전에 꼭 짝을 만나 알을 낳아야 하니까,
그래서 저렇게 쉬지 않고 우는 거다.
그리고 그게 끝나면 매미들은 모두 죽는다.
엄마는 바닥에 놓인 허물들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보셨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표정이었다.
“그렇게 오래 땅속에 있었던 거였니? 엄마는 몰랐어.”
잠시 후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 말을 들으니까 매미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
앞으로는 시끄럽다고 투덜거리지 않을게.
매미들 마음을 생각하면서 들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