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다른 엄마

by 브라이트

나는 매일 다른 사람이 돼요.


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의 나는 사라지고

새로운 내가 시작되거든요.


어떤 날은 선생님이에요.

안경을 고쳐 쓰고 엄격하게 말해요.


“문제집 한 장, 집중해서 풀기!”

“모르는 건 별표 치고 넘어가기!”


조금은 단호하게, 조금은 그럴듯하게요.

하지만 이 역할은 오래가지 못해요.


“엄마처럼 좀 해봐!”

툴툴대는 그 한마디에 금세 들통나고 말거든요.


어허, 선생님한테 무슨 말버릇!

짐짓 엄하게 말해 보지만, 금방 웃음이 새어나오고

“재미있지?” 묻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


나는 깨달아요.


아,

나는 선생님이 아니라

엄마였지.


어떤 날은 디자이너예요.

아이의 하루를 모아 예쁜 책을 만들어요.


일기를 타이핑하고,

사진을 쏙쏙 넣고,

멋진 표지까지 입혀 줘요.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그날의 이야기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요.


“고객님, 주문하신 책 나왔습니다!”

장난스러운 농담도 잠시뿐이에요.


“우와, 진짜 내 책이야?”

기뻐하는 아이를 보면서도 내가 더 신나서

입꼬리가 슬쩍 올라갈 때,


나는 깨달아요.


아,

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엄마였지.


어떤 날은 사진작가예요.

카메라를 들고 아이 뒤를 졸졸 따라가요.


수평을 맞추고, 표정을 기다리다가

아무렇지 않은 순간이 특별해지기를 바라면서요.


“저기 봐!”


순간을 붙잡아

셔터를 눌러요.

다다다다.

그날의 공기까지 담아보지만 이 역할도 오래가진 않아요.


“엄마, 제발 찍지 마!”

구박을 받으면서도 결국 한 장쯤은 더 남겨요.

그럴 때 나는 알아요.


아,

나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엄마였지.


어떤 날은

내 아이, 윤이가 돼요.

아이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그 하루를 따라 해 봐요.


읽던 책을 펼치고,

문제집을 넘기고,

건반을 눌러보며


아이의 하루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요.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지만

금세 숨이 차오르고

집중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느끼게 돼요.


그러다 문득, 마음이 찡해져요.

배운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고단하고

귀찮은 일이었구나.


아이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아질 때,

괜히 더 다정하게 말해주고 싶어질 때,


나는 깨달아요.


아,

나는 그 아이가 아니라

엄마였지.


나는 매일 다른 사람이 돼요.


하지만

어떤 역할을 맡아도

결국 돌아오는 이름은 하나예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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