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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여행자 Apr 03. 2018

시작은 농담이어도,  그 끝은 진담이어라

<週刊 태이리> 5월 2일 창간합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뭘 믿고 입금하신 건지 좀 궁금합니다. 코딱지만 한 재능을 저보다 더 믿어주셔서 울컥했습니다. 가능하면 매주 두 편씩 써서 보답할 생각입니다. 어떻게든 이 몸을 키보드 위에 갈고 닦아, 소중한 구독료에 부응하겠습니다. “10명만 채우자!”가 목표였는데, 출발은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 <週刊 태이리> 첫 포스팅, 일부러 아주 촌스럽게


#1. 거의 최초,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

첫 걸음을 떼며 이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어쩌면 이게 내 삶에서 꽤 중요한 순간이 될 것 같다.” “앞으로는 이런 종류의 글쓰기가 많아질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좀 거창한가요?        

  

완전히 엉터리 생각은 아닙니다. <週刊 태이리>는 필자와 독자가 직접 마주하는 ‘맞춤형 글쓰기 생태계’를 지향합니다. 출판이나 온라인 매체를 통하지 않죠. 모바일 거래에서 흔히 말하는 ‘P2P(Peer to Peer)’ 개념이 글쓰기에 적용된 겁니다. 제가 알기론, 이건 최초 혹은 거의 최초인 듯합니다.   

   

▲ 처음 가는 길은 원래 낯설고 힘든 법입니다.

요즘 유행인 4차 산업혁명 스타일로 한 술 더 떠서 말하면, 이건 ‘블록체인 라이팅’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3자의 개입이나 공증(公證) 없는 계약’이라는 점에서 그 둘이 똑같으니까요. (*틀린 거면 망신) 자, 그러니까 여러분들은 지금,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글쓰기를 보고 계십니다. 축하드립니다.   

 

#2. <週刊 태이리>의 발행인, 정태일

저는 홍보 일을 합니다. 좀 자세히는 스피치라이터죠. 사장님 말씀자료를 쓰고 고치는 게 제가 하루 종일 회사에서 하는 일입니다. 자료 수집한다고 아침 신문도 꽤나 오래 보고, 도서관에서 한 두 시간 보낼 때도 아주 가끔 있습니다.         

▲ 글 쓰는 일은, 어디서도 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뭐, 그렇다고 ‘데렝파렝’하진 않습니다. ‘데렝파렝’은 오쿠타 히데오의 여행 에세이 <항구 마을 식당>에 나온 표현입니다. 일본 고토지역에선, 아무 일도 안 하고 노는 걸 이렇게 말한다더군요. 멋지죠? 독자님들 모두 ‘데렝파렝’하시면 좋겠습니다.     


스피치라이터는 사장님 속마음을 알기 위해서라면 맨 발로 작두라도 탈 각오를 해야 합니다. 다들 제 손가락만 바라볼 땐, 저절로 설사가 날 지경이거든요. 아직 잘 모르시겠으면,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강원국 작가님을 생각하면 됩니다. (*유명세에 묻어가서 죄송합니다, 선생님.) 참고로, 박근혜의 최순실은 스피치라이터가 아닙니다. 그 두 분은 우주가 맺어준 오랜 셔틀 친구죠.    


#3. 글과 여행, 앞으로 나눌 이야기들

막상 펜을 드니, 한 달을 어떻게 채울지 ‘작가의 장벽(writer’s block)’에 부딪힙니다. 글이 한 줄도 나오지 않는 거죠. 결국 써야할 건, 내 주변 이야기뿐이라는 진리를 새삼 되새겨봅니다. 책쓰기, 스피치라이터의 사(社)생활, 자전거 여행, 영화나 도서 리뷰, 시사를 다룰 생각입니다. 가끔은 귀신, 연애, 회사생활 부조리를 다룬 손바닥 소설도 나갑니다. ‘손바닥 소설’이란 손바닥(Palm)에 써질 만큼 짧은 이야기라고 하네요.   

 

예상하는 주제는 「직장인의 내 책쓰기, 어떻게 시작하나」「고려인 4세와 분단 4세대」「데이빗 보위와 남측예술단 평양공연」「내가 본 논산훈련소 수류탄 귀신」「숫자 또라이, S그룹 김상무」같은 겁니다. 나름대로 제가 가진 거의 모든 걸 탈탈 털어도 정보, 재미, 남다른 시선, 이 세 가지를 꽉 채워 드리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준비했잖아요, 창간기념 사은품이요. 3개월 이상 선납구독하시면, 제가 이것저것 챙겨 드립니다. 어차피 거의 다 지인들이니까요. 암튼, 휴재 없이 가는 거, 그게 목표입니다. 일종의 글쓰기 실험이죠.           

▲ 저는 땅 부자가 아니라, 이야기 부자를 꿈꿉니다

이글은 총 6시간 넘게 쓰고 지우며 고쳐 겨우 내놓은 문장들입니다. 글밥을 오래 먹었지만, 쓸 때마다 쉽지 않네요. 아, 물론 필드에 나간 건 아니고 회사에서 먹은 글밥입니다. 앞서 낸 3권의 책은 사실 잘 안 팔리거든요. 저는 지금 이름 모를 보사노바를 듣고 있는데, 글 쓸 때 좋은 노래 추천 받습니다. 이젠 좀 자겠습니다. 내일 또 일을 해야 하니까요. 5월 2일 정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제발~    


《추신》

1. <週刊 태이리>는 <月刊 윤종신>의 오마주와 <日刊 이슬아>의 패러디, 그 중간 어디쯤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과도 비슷해지지 않을 겁니다.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 창간호 발행일은 5월 2일 수요일입니다.  (월 9900원, 카카오뱅크 3333-0527-66818)    

3. 이 글은 창간호에 앞서 공개하는 에필로그이며, 정식 발행글은 입금이 확인된 독자분에게만 서비스합니다. 단, 과월호는 브런치와 블로그에 발췌 공개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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