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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여행자 Jun 17. 2020

글맛 살리는 감초, 부사

<생활 속 맞춤법> 제7호

맞춤법은 아니지만, 글쓰기를 할 때 한 번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문장의 감초격인 ‘부사어’의 적확한 쓰임이다. 예를 들어 「‘이윽고’ 택시가 도착했다」라는 문장이 있다고 치자. 더 좋게 쓸 순 없을까? 이때 제일 먼저 해야하는 건 ‘이윽고’라는 다소 생경한 단어를 여기 쓰는 게 맞는지 의심해보는 일이다. 이 낱말이 독자들의 마음 속에서 어떤 화학작용을 만들어낼지 큰 소리로 읽으며 상상해본다. 내 뜻이 제대로 전달될지 고민한다.

△ 일부러 낯설게 쓰는 게 아니라면,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이윽고’는 현대에는 잘 쓰지 않는 고어(古語)다. 출처는 조선 세종 28년에 수양대군이 세종의 명령을 받아썼다는 《석보상절(釋譜詳節)》이다. 좀 더 쉽고 비슷한 뜻을 가진 우리말로는 ‘드디어’ ‘마침내’ ‘기어코’가 있다. 한자로는 ‘결국(結局)’ ‘급기야(及其也)’ ‘필경(畢竟)’이라고 쓴다.


△ ‘이래서’와 ‘존나’가 부사어다.

다시 살펴본다. ‘이윽고’의 문장성분은 ‘부사어’다. 부사어는 형용사, 동사, 다른 부사, 문장 전체를 꾸민다. 어디에 위치해도 괜찮지만, 이왕이면 꾸밈을 받는 말과 가깝게 두는 게 좋다. 「‘이윽고’ 택시가 도착했다」보다는 「택시가 ‘이윽고’ 도착했다」로 써야 의미가 더 정확해진다. ‘한참 기다려서 지쳤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다면 「택시가 마침내 도착했다」라고 한 번 더 고친다. 보이진 않지만, 짧은 하나의 문장도 이렇게 치열하게 고쳐겨우 완성 수 있다. 부사어를 잘 쓰면 문장의 맛이 확 달라진다. 그게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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