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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여행자 Jun 10. 2021

고맙다 vs. 감사하다

<생활속 맞춤법> 제8호

‘그게 그거 아냐?’ 하겠지만, 사장님의 글을 쓰며 먹고 사는 스피치라이터(연설문 작가) 입장에선 둘의 차이가 꽤 크게 느껴집니다. 는 그분께서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 중 어떤 표현을 주로 쓰는지를  주의깊게 보곤 합다. 이것만 봐도 앞으로 어떤 문체와 표현을 선호하실지 대강 짐작이 가니까요. 


“감사합니다”는 ‘감사(感謝)’라는 한자어에 동사나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하다’가 붙은 다음 ‘-ㅂ니다’의 합쇼체로 활용된 말입니다. 「건강(健康)-하다, 독서(讀書)-하다」와 같은 방식입니다. 일상 언어생활에서 이런 한자식 한글 표현이 순우리말보다 더 격식 있는 것처럼 널리 쓰이기 시작한 건 일제 강점기부터라고 합니다. ‘감사하다’의 유래가 일본말 ‘칸샤시마스’(感謝します)라는 설이 그런 추측을 어느 정도 뒷받침합니다.

“고맙습니다”는 “고맙다”라는 동사의 어간 ‘고맙-’에 종결어미 ‘-습니다’가 붙은 말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립-습니다」와 같은 방식이. 그런데 재밌는 건 “고맙다”가 단군신화 ‘곰(웅녀)’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곰답다 > 곰압다 > 고맙다.」 로 변했다는 게 정설입니다.


즉, “고맙다”는 “당신을 곰(=God)처럼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굳이 비슷한 뉘앙스를 찾는다면, 인도어 “나마스떼”를 들 수 있습니다. 나마쓰떼는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에게 인사를 드린다”는 뜻으로 존경과 존중을 담은 종교적 표현인 셈입니다.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는 둘 다 좋은 말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인사말이 바로 이 Thanks를 길게 늘려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Why) 고마운지, 누구에게(Who) 고마운지, 뭐가(What) 고마운지, 고마우니까 어떻게 하자는 건지(So What)를 문맥과 상황에 맞게 나열하면 축사가 되고, 주례사가 되고, 환영사가 됩니다.


존경받는 언론인으로 손에 꼽히는 영원한 현직 아나운서 ‘손석희’는 뭐라고 말을 할까. 그의 뉴스 클로징멘트는 항상 이렇습니다.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새롭게 만난 그분의 말씀은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 중 어떤 말로 맺어질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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