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안보의 적인가, 동맹인가

2부 개념의 전환

by 이주헌

질문은 단순하다. 재생에너지를 더 많이 쓰면 에너지 안보가 강화되는가, 약화되는가.

결론은 이렇다.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안보의 동맹이다. 단, 조건이 있다.


재생에너지 연구·정책의 동기 전환

스크린샷 2026-03-31 205257.png

출처: IEA (2022), Overland (2019) [1], Kim et al. (2025) [2], 글쓴이 재구성


1. 대립 시대: 재생에너지 연구의 동기는 기후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였다

오늘날 재생에너지 정책을 논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기후변화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늘린다. 이 프레임이 너무 당연해져서, 재생에너지의 원래 존재 이유가 전혀 달랐다는 사실은 자연스레 잊혔다.


재생에너지 연구와 정책의 본래 동기는 에너지 안보였다. 1973년 오일쇼크가 터지자 미국, 독일, 덴마크, 일본 등 석유 수입국들은 석유 의존을 줄일 대안 에너지를 찾기 시작했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연구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것은 이 맥락에서였다.


덴마크의 사례가 가장 전형적이다. 1973년 오일쇼크 당시 덴마크는 에너지의 99%를 수입에 의존했다. 이 충격이 덴마크를 세계 최초의 풍력 강국으로 만드는 출발점이 됐다. 기후변화가 국제 어젠다에 오르기 훨씬 전이었다.


그런데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와 UNFCCC 출범 이후 무언가 달라졌다. 재생에너지의 언어가 에너지 안보에서 기후변화로 이동했다. 에너지부가 아닌 환경부가, 에너지 안보 담당자가 아닌 기후 담당자가 재생에너지를 다루게 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분리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증명했다. REPowerEU는 '재생에너지 확대=러시아 의존 탈피'를 공식 정책 프레임으로 삼았다. 재생에너지는 처음부터 에너지 안보 수단이었고, 기후 어젠다의 전유물이 된 것은 30년간의 언어 이동이 만든 착시였다.


2. 갈등의 발견: 재생에너지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안보의 관계를 단순히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온 것은 2015년이었다. Månsson의 논문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새로운 형태의 지정학적 취약성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Månsson의 핵심 논거는 핵심광물(critical minerals)이다. 태양광 패널에는 실리콘과 인듐, 풍력 터빈에는 희토류, 배터리에는 리튬·코발트·니켈이 필요하다. 이 광물들의 생산이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은 희토류 세계 생산의 약 70%를 담당한다. 코발트는 콩고민주공화국이 74% 이상을 생산한다. 이 집중도는 OPEC의 석유 집중도만큼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 Månsson의 주장이었다. [3]


Månsson(2015) 핵심광물 경고 vs Overland(2019) 포획 에너지 반론

스크린샷 2026-03-31 205307.png

출처: Månsson (2015) ERSS 10 [3]; Overland (2019) ERSS 49 [1]; USGS (2024)


그러나 Månsson의 경고는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안보에 나쁘다'는 결론이 아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시 새로운 취약성이 생기므로, 이를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반대하는 논거가 아니라, 더 잘 설계하기 위한 조건이다.


3. 지정학적 재해석: 전기를 무기로 쓰기는 화석연료보다 훨씬 어렵다

Månsson의 경고에 가장 직접적이고 체계적으로 답한 것이 Overland(2019)의 논문이다.

Overland의 핵심 논거는 에너지 유형의 근본적 차이에서 출발한다. 화석연료는 '추출(extraction)' 에너지다. 지하에 매장되어 있고, 채굴해서 소비하면 없어진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은 '포획(capture)' 에너지다. 태양과 바람은 어디에나 있다. 특정 국가가 태양을 독점하거나 바람의 수출을 금지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 카르텔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1]


Overland(2019) 재생에너지 지정학 — 4가지 신화 반박

스크린샷 2026-03-31 205315.png

출처: Overland, I. (2019). "The geopolitics of renewable energy: Debunking four emerging myths." ERSS, 49, 36–40. [1]


* * *


Overland(2019)는 재생에너지를 "포획(capture)" 에너지로 정의한다. 태양과 바람은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어느 나라도 그것의 수출을 금지할 수 없다. 이것이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의 지정학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드는 구조적 차이다.


— 저자의 의역 기반 요약. 원문: Overland, I. (2019). "The geopolitics of renewable energy: Debunking four emerging myths." Energy Research & Social Science, 49, 36–40. [1] ※ 직접인용이 아닌 의역임.


* * *


5.4 결정적 전환: 녹색전환이 에너지 안보에 순(net) 긍정 효과

이론적 논쟁을 모델 기반으로 결착지은 것이 2025년 Kim, Jaumotte, Panton & Schwerhoff의 연구다. IMF Working Paper로 먼저 발표되고, 이후 Energy Policy 저널(vol.198)에 게재된 이 논문은 국제 에너지 안보 연구의 현재 컨센서스를 대표한다.


연구팀은 IMF의 글로벌 CGE(일반균형) 모델 IMF-ENV를 사용해, 국제탄소가격제(ICPF) 시나리오 하에서 녹색전환이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녹색전환은 에너지 안보에 순(net) 긍정 효과를 낸다. [2]


이 연구의 저자 중 한 명인 Florence Jaumotte는 IMF 리서치국 구조·기후정책부 국장(Division Chief, Structural and Climate Policies Division)이다. IMF가 '녹색전환은 에너지 안보에 좋다'는 결론을 공식 Working Paper로 발표했다는 것은, 이것이 더 이상 환경론자들의 주장이 아님을 의미한다.


Kim et al.(2025) 녹색전환의 에너지 안보 순긍정 효과

스크린샷 2026-03-31 205143.png

출처: Kim, J., Jaumotte, F., Panton, A.J. & Schwerhoff, G. (2025). Energy Policy, vol.198 [2]


5.5 한국의 위치: 국내 연구 공백과 그 결과

핵심은 하나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 수입비용을 얼마나 줄이는가'를 정량 분석한 국내 학술 논문이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수급 통계를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 경우 에너지 수입비용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를 단순 추정했다.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 약 10%(2024년 기준 10.6%), 연간 에너지 수입비용 약 185조 원에서 출발해, 2035년 목표인 RE 40% 달성 시 약 57조 원이 절감된다는 것이 이 추정의 결과다. 이것은 글쓴이의 단순 시뮬레이션으로 공식 연구는 아니다. 그런데 이 수치조차 공식 연구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국내 연구 공백과 RE확대 시 수입비용 절감 추정(단순 시뮬레이션 결과로 공식연구 자료 아님)

스크린샷 2026-03-31 205115.png

출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통계연보 [4], 산업통상자원부 2024년 에너지수급동향 (2025), 글쓴이 추정


제5장 핵심 명제

① RE의 본래 동기는 에너지 안보 — 1992년 이후 기후 어젠다에 포획됐지만, 2022년 이후 원점 귀환.

② Månsson(2015): 핵심광물 의존이라는 새 취약성 경고 — RE가 완벽하지 않다는 조건 제시.

③ Overland(2019): RE는 '포획' 에너지 — 카르텔 구조적 불가, 화석연료보다 낮은 지정학 위험 논증.

④ Kim et al.(2025): CGE 모델 실증 — 녹색전환은 에너지 안보에 순긍정 효과. 국제 컨센서스.

⑤ 한국: 이 컨센서스를 반영한 연구·법제·정책 전무 — 외국 기관이 한국을 연구하는 역설.


▌ 제5장 주요 참고문헌

[1] ★★ Overland, I. (2019). "The geopolitics of renewable energy: Debunking four emerging myths." Energy Research & Social Science, 49, 36–40.

[2] ★★ Kim, J., Jaumotte, F., Panton, A.J. & Schwerhoff, G. (2025). "Energy security and the green transition." Energy Policy, vol.198.

[3] Månsson, A. (2015). "A resource curse for renewables? Conflict and cooperation in the renewable energy sector." Energy Research & Social Science, 10, 1–9.

[4] 에너지경제연구원 (2025). 에너지통계연보. KEEI.
★ Council on Strategic Risks (2026.2). Protecting Korea's National Security with Renewable Energy. → 외국 기관이 한국 RE-안보 연결을 분석한 역설적 사례.

작가의 이전글2부 개념의 전환, 에너지 안보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