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모든 것은 마음가짐
이날로 말할 것 같으면 눈 떴을 땐 굉장히 우중충한 하루였다. 비가 와서 어둑한 탓에 몇 시 인지도 모르고 실컷 잠만 자느라 오전 계획을 통으로 날려버린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일단 아무 생각 없이 요즘 진행하고 있는 아침 루틴을 진행했다. "미지근한 차 한잔과 해독주스 마시기". 탄단지를 골고루 챙겨 먹는 것을 신경 쓰고 있어서 오늘은 땅콩버터 한 스푼과 두부 반모를 넣어서 갈아 마셔줬다. 별거 아니지만 소소하면서도 영양분이 풍부한 첫 식사를 하고 나니 야무진 내가 마음에 들어 만족의 웃음이 지어졌다.
추가적으로 소분해 두고 정말 먹고 싶은 순간에만 먹으려고 소분해 두었던 쑥 쿠키 한 조각을 입에 넣는 순간 하루의 행복을 다 충전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은 참 단순한 동물이다.
원래 같으면 눈 뜨자마자 아침운동을 다녀와줘야 하지만, 이날은 과감히 패스하고 기세를 몰아 해야 할 일부터 해보기로 다짐했다.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면, 바로 비가 오는 날씨였다. 비가 오는 날의 향기, 냄새 다 좋아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냥 비가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처음엔 기분이 꿀꿀해진다.
모르겠고 일단 씻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씻으려고 하는 순간 이날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서 비 오는 창밖 풍경을 인스타 스토리로 올렸다. 안 갈 이유가 없어지는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머릿속에 든 생각
: 아니 그리고 비가 오면 장화 신고 나갈 수 있잖아?
: 자주 만석이 되던데 심지어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겠다.
나는 이상하게 비 오는 날 장화 신는 룩을 굉장히 좋아한다. 사실 비 오는 날도 좋아한다. 비 오는 날 비 냄새, 빗소리, 묘하지만 오묘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습도, 그리고 사람이 몇 명 없는 카페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골든 타임까지. 이 모든 게 합쳐지니까 비 오는 날이 우중충한 날이 아니라 나를 위한 날처럼 느껴졌다.
얼른 나가고 싶어서 빠르게 씻고 채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여름이 아니라 심지어 덥지도 않고 선선한 바람에 비가 합쳐지니 기분이 좋아지는 비였다. 버스에서는 지소쿠리 음악에 심취해서 타다 보니 시간이 엄청 빠르게 지나갔다. 이것조차 마음에 들었다.
카페에 도착해서는 메뉴판을 훑어보는데 "쑥차"와 "보리빵"이 눈에 띄었다. 이 메뉴를 보자마자 정말 모든 게 완벽한 하루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래서 번뜩 이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모든 것은 그저 내가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가짐, 대하는 태도에 달린 일이라는 것.
비가 오느라 꿀꿀해서 나갈 수 없다고 계속해서 생각했다면, 오전 계획을 망쳤다고 조급해서 아침 운동부터 나갔더라면, 하다못해 쑥 쿠키를 입에 한 조각 넣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날이 아무것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최악의 날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 나에게 주어져도 그것을 나를 위한 기회로 받아들이면 그날은 정반대의 날이 될 수 있다. 변하는 것은 나뿐임에도 불구하고.
그러니 세상이 기울어져 보이면
내가 똑바로 서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