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2. 일단 그냥 해!

_나만의 루틴 만들기

by 개화


어떤 면에서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나는 주변인들로부터 성실하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듣고 산다. 하지만 사실 난 누가 부르지 않으면 웬만해서 먼저 약속을 잡지도 않고, 집에만 있는 날엔 침대 속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살아가는 게으른 완벽주의자 ISFP이다. 마감시간이 다가올 때조차도 발등에 불이 아닌 용암이 떨어져야만 할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스릴을 좋아하지도 않는데도 늘 오싹한 스릴 속에서 나와의 경주를 벌인다.


그래서 항상 모든 것을 미루다 보니 나는 정말 말로만 하겠다고 하는 사람 중 한 명이구나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던 중 어떠한 계기로 자기 관리를 시작하겠다는 굳은 목표가 생겨서 무작정 시작을 하게 되었고, 벌써 두 달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지금은 헬스장을 쉬고 야외러닝을 하고 있지만 시작한 지 몇 주 안 되었을 어느 날의 일이다. 운동복까지도 다 차려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죽기보다 헬스장이 가기 싫어 30분 동안 유튜브에 '헬스장 가기 싫을 때'를 쳐서 숏츠영상만 엄청 많이 본 날이 있었다. 사실, "그렇게 가기 싫은 날에는 하루 쉬는 것도 방법입니다."라는 위로의 말을 듣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이게 왠 걸.. 영상 속 트레이너 분들이 전부 "갈까 말까 할 땐 가세요. 일단 신발 신고 아무 생각 없이 헬스장으로 가세요."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내가 졌다. 그래 내가 샤워만 하고 오더라도 일단 간다 가”하는 심정으로 헬스장으로 갔다. 웃겼던 것은 정말 다른 날보다 똑같은 운동을 하는데 두배로 힘이 들고 지치는 날이었는데도, 여기까지 발걸음을 한 게 아깝고 중간에 멈춰 서면 뭔가 모르게 지는 기분이 들어서 결국 평소보다 더 운동을 오래 하고 나왔다.


그리고 몇 주 후, 독서모임을 갔는데 한 팀원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정말 하기 싫었던 일이나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행위를 21일 동안만 버티고 하면 몸이 적응을 해서 습관이 만들어진대요." 그 말을 듣자마자 떠오른 것은 이젠 습관처럼 헬스장으로 매일 향하던 내 모습이었다. 아침부터 땀 흘리기도 싫고, 힘들기도 싫은데 그냥 나도 모르게 헬스장으로 매일 향하는 내 모습, 오히려 안 가면 뭔가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내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서 아 팀원분의 말씀이 정말 맞는 말 같다 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크게 별표를 치고받아 적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밤에는 내 스스로를 대견해하면서 잠에 들었다. 아 내가 이제 정말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꾸준히 하는 것이 생겼구나 하면서.


이후에는 의식하진 않았지만, 그냥 건강을 챙기기 위해 아침마다 케일주스를 갈아 마시고 미지근한 물 한잔과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던 게 또 하나의 루틴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을 하지 않으면 뭔가 모르게 그날 아침이 찌뿌둥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일상과 한 몸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추가적으로 이렇게 매일 블로그에 글을 적는 행위까지도. 정말 일정으로 가득 찬 날에는 가끔 적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올리고 나서 드는 뿌듯함이 너무 좋아서 늘 의자에 앉다 보니 이젠 그냥 하루의 일과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러던 중 저번주에는 독서모임에서 블로그의 글 하나를 공개할 일이 있었다. 거의 매일같이 업로드가 되어 있는 블로그 피드를 본 팀원 분이 깜짝 놀라 나에게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OO님은 추진력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정말 좋으면서도 쑥스럽고 머쓱한 마음이 들었다. 추진력과는 거리가 다른 삶을 살아오던 나였기에, 그 단어가 어색하게 들렸던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변해가고 있구나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라 다시 한번 내 스스로가 기특해졌다.


서서히 나만의 루틴들이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안정감이라는 걸 찾아가면서 ‘너무 하기 싫고 귀찮은 날이라는 생각조차 비우고 무엇이든 그냥 3주만 해보라’는말을 굳게 신뢰하게 되었다. 이 말이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대단하다. 별거 아닌 행동도 루틴이 되면 내 스스로가 굉장히 큰 일을 한 듯한 아주 귀여운 느낌도 경험할 수 있다. 난 요즘 여기에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이 루틴에 조금 더 규칙성을 부여하고자 웬만해서 글을 오전 중에 적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녁에 적게 되면 조금 더 나에게 시간 관리 상 편한 것도 많고, 하루동안 경험한 걸 기반으로 쓸 수 있어서 더 많은 것들을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좋다. 하지만, 눈을 떠서 제일 먼저 하게 되는 생각이 그날 하루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아침에 생산적인 글을 쓰고 나면 그날 하루동안은 내 글이 나의 기둥이 되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시간대가 더 좋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아침에 쓰는 글이 더 유익할 거라고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다. 오늘은 조금 늦게 적기 시작했지만, 외출을 하기 전 이렇게 글을 적고 나가려고 하니 왠지 모르게 벌써부터 하루가 풍성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여러분도 망설이고 있는 일이 있다면,

3주만 딱 그냥 눈감고 해보길 바란다.


눈 감고 일단 그냥 해보기!


내 아침 루틴이 된 해독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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