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박하우스의 브람스, 그리고 렘브란트가 남긴 거친 물감의 위로
Brahms: Piano Concerto No. 2 in B-Flat Major, Op. 83: II. Allegro appassionato
https://www.youtube.com/watch?v=dvZWRmYest0
Episode.3
젊은 연주자들처럼 수정알이 굴러가는 듯한
투명하고 재빠른 기교를 기대한다면 이 음반은 조금 무겁고 둔탁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박하우스의 뭉툭하고 두터운 손가락이 피아노의 건반을 누르는 순간,
우리는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보았던
그 투박하지만 웅장한 임파스토의 질감을 귀로 경험하게 됩니다.
그것은 피아노를 화려하게 친다기보다는,
인생이라는 거대한 바위를 건반 위에 하나씩 지그시 내려놓는 듯한 경건함에 가깝습니다.
Episode.4
요하네스 브람스가 남긴 두 번째 피아노 협주곡 역시,
음악가의 청춘이 다 지나가고 삶의 완숙기에 접어들었을 때 탄생한 곡입니다.
청년 시절 브람스는 야심 차게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을 발표했지만
평단과 관객의 싸늘한 냉대와 야유를 받으며 처참한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그 쓰라린 상처 때문인지 그는 무려 22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두 번째 협주곡을 세상에 내놓을 용기를 냈습니다.
중년이 된 브람스가 따뜻한 이탈리아로 여행을 다녀온 뒤
완성한 이 2번 협주곡은, 보통의 협주곡이 3악장으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무려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피아니스트가 오케스트라 위에서 홀로 돋보이는 곡이 아니라,
피아노와 관현악이 서로의 어깨를 겯고 함께 걸어가는
‘피아노가 포함된 교향곡’이라 불릴 만큼 그 품이 넓고 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