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진 두 손이 건반 위에 올려놓은 황금빛 가을(4)

빌헬름 박하우스의 브람스, 그리고 렘브란트가 남긴 거친 물감의 위로

by 클래식덕후문쌤

Brahms: Piano Concerto No. 2 in B-Flat Major, Op. 83: IV. Allegretto grazioso

https://www.youtube.com/watch?v=DUlhJmT7ncc



Episode.7


가장 깊은 위로의 터널을 지나 4악장에 다다르면,


베토벤의 교향곡들처럼 세상을 향해 승리를 부르짖는


웅장한 팡파르 대신 아주 사뿐하고 우아한 춤곡이 흘러나옵니다.


브람스는 이 마지막 악장에 ‘그라치오소(우아하게)’라는 지시어를 적어두었습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고 인생의 황혼 녘에 선 사람이


세상의 모든 희로애락을 향해 짓는 너그럽고 가벼운 미소.


박하우스와 뵘이 만들어내는 이 마지막 춤곡의 리듬은


힘을 주어 억지로 만들어낸 기쁨이 아니라,


삶의 모든 짐을 내려놓은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천진난만한 홀가분함 그 자체입니다.



IMG_7187.jpeg



Episode.8


오늘 하루 당신의 삶이 매끄럽게 굴러가지 않고 삐걱거렸다고 해서


너무 자책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화려하고 완벽한 것들만이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렘브란트의 캔버스 위에 발라진 거칠고 뭉툭한 물감의 덩어리들이,


그리고 여든셋의 늙은 피아니스트가 약간은 투박하게 짚어내는


그 두꺼운 피아노의 화음들이 때로는 티끌 하나 없이 매끈한 예술보다


훨씬 더 깊게 우리의 폐부를 찌르며 위로를 건넵니다.


너무 많은 생각에 짓눌려 마음의 보폭이 무거워진 오늘 밤,


박하우스가 연주하는 브람스의 거대한 가을 숲으로 걸어 들어가 보시길 권합니다.


주름진 두 손이 건반 위에 지그시 내려놓는 그 다정한 황금빛 온기가,


웅크렸던 당신의 마음을 아주 오래도록 따뜻하게 데워줄 것입니다.



IMG_7190.jpeg


이전 22화주름진 두 손이 건반 위에 올려놓은 황금빛 가을(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