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코프스키의 영화 <희생>, 그리고 카라얀이 빚어낸 바흐의 대성당
J.S. Bach: Matthäus-Passion, BWV 244, Pt. 2: No. 68, Chorus. Wir setzen uns mit Tränen nieder
https://www.youtube.com/watch?v=ev7DsVDlllQ
Episode.7
타르코프스키 감독 역시 이 영화를 찍을 당시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고국인 소련에서 쫓겨나 스웨덴의 낯선 땅에서 병마와 싸우며
그가 마지막으로 빚어낸 이 영화는,
멸망해 가는 세상을 향해 예술가가 바칠 수 있는
가장 처절하고 아름다운 희생양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매일같이 죽은 나무에 물을 주던 늙은 수도승의 마음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끝내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타르코프스키.
그리고 그 숭고한 유언장의 배경으로 바흐의 <마태수난곡>이,
그것도 그토록 묵직하고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Episode.8
오늘 밤 혹시 당신이 붓고 있는 삶의 노력이
마치 바싹 마른 죽은 나무에 물을 주는 것처럼 허무하고 부질없게 느껴지시나요.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치르고 있는 그 일상적인 희생들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잿더미처럼 스러지는 것 같아 외로우신가요.
그렇다면 방 안의 조명을 끄고
카라얀이 빚어낸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보이지 않는 기적을 믿으며 묵묵히 물동이를 날랐던 수도승처럼,
이 묵직하고 장엄한 기도의 음악이
결국 당신의 지친 영혼을 가장 높은 곳으로 데려가
마침내 찬란한 꽃망울을 터뜨려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