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침묵했고, 음악은 다리가 되었다(1)

번스타인과 이스라엘 필이 연주한 멘델스존 교향곡 5번 <종교개혁>

by 클래식덕후문쌤

- Leonard Bernstein, Israel Philharmonic Orchestra

- 1978.10.23, 텔아비브 프레데릭 R. 만 오디토리움



Episode.1


멘델스존의 교향곡 5번 <종교개혁>은 제목부터 편안하지 않습니다.


종교개혁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쓰였지만, 정작 그 기념의 자리에 제때 불리지 못했고,


작곡가 생전에는 거의 연주되지도 않았습니다.


음악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 작품은 처음부터 시대와 어긋나 있었습니다.


신앙을 기념하려 했지만, 그 신앙을 말하기에 이미 세계는 복잡해져 있었던 셈입니다.


어쩌면 이 어긋남이야말로 이 교향곡이 오늘까지 살아남은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Leonard Bernstein(Photo: Wikimedia Commons, CC License)



Episode.2


유대계 가문에서 태어나 기독교로 개종한 멘델스존은,


루터의 코랄 「Ein feste Burg ist unser Gott」,


곧 ‘하나님은 견고한 성’이라는 개신교 신앙의 핵심 문장을 교향곡의 중심에 놓습니다.


그러나 이 음악은 바흐의 칸타타처럼 확신에 찬 신앙 고백으로 밀고 나가지 않습니다.


신은 불려 오지만, 음악은 그 앞에서 한발 물러섭니다.


신앙의 언어를 쓰지만, 그 언어를 아무 의심 없이 말하지는 못하는 태도.


이 교향곡에는 언제나 설명되지 않는 거리감이 남아 있습니다.



Felix Mendelssohn Bartholdy (1809–1847)



Episode.3


이 작품을 레너드 번스타인이,


그것도 1978년 10월 28일 텔아비브 프레데릭 만 오디토리움에서


이스라엘 필하모닉과 함께 연주했다는 사실은 그래서 결정적입니다.


이 연주는 단순한 레퍼토리 선택이 아니라, 장소와 시간까지 포함한 하나의 사건입니다.


욤키푸르 전쟁 이후의 이스라엘은 신을 더 크게 부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신앙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전처럼 단순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도시에서 울린 <종교개혁> 교향곡은 과거를 기념하기보다는,


신이 침묵한 이후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를 묻는 음악처럼 들립니다.



1악장 - Andante - Allegro Con Fuoco(차분한 보통 빠르기로 - 빠르고 격렬하게)

https://www.youtube.com/watch?v=KTSyOtgjh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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