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침묵했고, 음악은 다리가 되었다(2)

번스타인과 이스라엘 필이 연주한 멘델스존 교향곡 5번 <종교개혁>

by 클래식덕후문쌤
IMG_5215.jpeg?type=w1



Episode.4


1악장은 그 질문을 숨기지 않습니다.


서주는 어둡고 단단하며, 환영보다는 경계에 가깝습니다.


번스타인은 이 부분을 성급하게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소리는 무겁고, 발걸음은 느립니다. 빠른 부분으로 넘어가도 승리의 기세는 없습니다.


활력은 있지만 환희는 없습니다.


이 악장은 “우리는 아직 어디로 갈지 모른다"라는 상태에서 출발합니다.


신앙의 출발점이 아니라, 신앙을 다시 말해도 되는지 묻는 머뭇거림입니다.


이 머뭇거림은 20세기말의 한 노래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 Bridge Over Troubled Water 〉는


1969년, 사이먼 & 가펑클이 사실상 해체 직전의 상태에서 발표한 곡입니다.


이 노래는 두 사람의 관계가 가장 불안정하던 시기에 태어났습니다.


폴 사이먼은 이미 솔로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고,


아트 가펑클은 영화 촬영으로 밴드를 비워두고 있었습니다.


이 곡은 폴 사이먼이 썼지만, 노래의 중심에 서 있는 목소리는 아트 가펑클입니다.


작곡자와 화자의 위치가 엇갈린 채 만들어진, 기묘한 노래입니다.



D334-028-e1378929225292.jpg?utm_source=chatgpt.com

욤키푸르 전쟁(1973.10.6~25))(출처: 위키미디어)



Episode.5


2악장은 공동체의 시간처럼 흐릅니다. 음악은 걷습니다.


뛰지도, 멈추지도 않습니다. 번스타인은 이 악장을 축제로 만들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필의 음색은 단정하고 절제되어 있습니다.


이 음악은 교리를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일상의 리듬을 보여줍니다.


〈 Bridge Over Troubled Water 〉가 특정 종교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에게 위로가 되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노래는 신의 명령이 아니라, “내가 네 곁에 서겠다"라는 인간의 태도를 말합니다.


종교의 중심이 아니라, 공동체의 가장자리에서 작동하는 위로입니다.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출처: 위키미디어)



Episode.6


3악장은 이 교향곡에서 가장 내성적인 순간입니다.


음악은 스스로를 낮추고, 질문은 안쪽으로 접어듭니다.


번스타인의 해석에서도 이 악장은 거의 명상처럼 들립니다.


이 부분에서 멘델스존은 신을 향해 외치지 않습니다.


대신 신이 침묵한 자리에서 인간이 무엇을 붙잡고 서 있을 수 있는지를 조용히 바라봅니다.


사이먼 & 가펑클의 노래 역시 비슷한 태도를 취합니다.


〈 Bridge Over Troubled Water 〉는 “신이 너를 구할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네가 건너는 동안 내가 다리가 되어주겠다"라고 말합니다.


초월의 언어가 아니라, 관계의 언어입니다.



2악장 - Allegro vivace(빠르되 생동감있게)

https://www.youtube.com/watch?v=wIYxMTRbI0U

이전 15화신은 침묵했고, 음악은 다리가 되었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