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침묵했고, 음악은 다리가 되었다(3)

번스타인과 이스라엘 필이 연주한 멘델스존 교향곡 5번 <종교개혁>

by 클래식덕후문쌤





Episode.7


4악장에서 루터의 코랄이 마침내 등장합니다.


많은 연주에서 이 대목은 신앙의 승리처럼 울립니다.


그러나 번스타인의 텔아비브 실황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코랄은 분명하게 제시되지만, 과시적이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견고한 성’이라는 선율이 중동의 도시에서 울릴 때,


그 의미는 자연스럽게 변형됩니다.


이 성은 더 이상 무너지지 않는 요새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으려는 의지의 비유처럼 들립니다.



마르틴 루터(1483~1546), 루카스 크라나흐 1529년 작품(출처: 위키피디아)


Episode.8


여기서 멘델스존의 음악은 다시 <Bridge Over Troubled Water >와 나란히 서게 됩니다.


한쪽은 신을 말하는 19세기의 언어이고, 다른 한쪽은 신을 말하지 않는 20세기의 언어입니다.


그러나 두 음악은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성을 쌓는 대신 다리를 놓는 방향입니다.


절대적 확신 대신, 함께 건너가 보자는 제안입니다.


번스타인은 이 악장의 끝을 승리로 밀어 올리지 않습니다.


그는 신의 복권을 선언하지 않습니다.


대신 음악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구조물이 되도록 둡니다.



프레데릭 R. 만 오디토리움, 텔아비브(출처: 위키피디아)



Episode.9


1978년 텔아비브에서 울린 이 <종교개혁> 교향곡은 그래서 과거의 기념비가 아닙니다.


이 연주는 신앙의 복원을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신앙 이후의 세계에서 음악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사이먼 & 가펑클의 노래가 그랬듯, 이 음악도 신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다만 신이 침묵한 자리에서, 서로를 건너게 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신은 침묵했고, 음악은 성이 되지 않았습니다.


음악은 다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그 위를 건너고 있습니다.



3악장 - Andante(걸어가듯이)

https://www.youtube.com/watch?v=9X2NXNCSk5g



4악장 - Andante con moto(움직임을 지닌 채로 걸어가듯이)

https://www.youtube.com/watch?v=59QpoA7Pj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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