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과 존 덴버의 〈Annie’s Song〉
Episode.9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은, 한 세기를 건너 전혀 다른 음악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존 덴버의 Annie’s Song입니다.
〈Annie’s Song〉은 존 덴버가 아내 애니를 위해 쓴 노래로 알려져 있지만,
이 곡이 탄생한 시기는 부부 관계가 가장 어려웠던 때였습니다.
이 노래는 안정된 사랑의 결과물이 아니라, 사랑이 흔들리던 순간에 나온 고백입니다.
그래서 이 노래에는 설득도, 약속도 없습니다.
다만 사랑이 분명히 존재했음을 조용히 기록할 뿐입니다.
Episode.10
이 지점에서 두 음악은 맞닿습니다.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이라는 거대한 형식 속에서
운명을 극복하지 못한 채 살아가겠다는 결심을 남겼고,
존 덴버는 노래 한 곡으로 사랑이 한때 진실이었다는 사실을 보존했습니다.
둘 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고, 감정을 정리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그 상태를 음악 속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어쩌면 음악이 가장 인간적으로 작동하는 순간은 바로 이때일지도 모릅니다.
삶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을 때, 감정이 여전히 흔들릴 때,
음악은 해답을 주지 않고도 우리 곁에 남을 수 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과 존 덴버의 〈Annie’s Song〉은,
그렇게 끝내 극복하지 않는 음악과 그래도 계속되는 노래로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NOTF-znQy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