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카라얀의 선택, 그리고 관객의 자리
- Herbert von Karajan, Berliner Philharmoniker
- 1963.10.17~19, 베를린 예수 그리스도 교회
Episode.1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늘 문제적 인물로 불려 왔습니다.
그러나 그의 문제성은 파격적인 음향이나 스캔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그는 음악이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지보다,
음악이 어떤 상태를 만들어내는지에 훨씬 더 관심을 두었던 작곡가였습니다.
Episode.2
<봄의 제전>은 그 태도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작품입니다.
이 음악은 러시아의 원시적 제의를 소재로 삼고 있지만, 그 제의의 의미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신화도, 서사도, 감정의 흐름도 친절하게 제시되지 않습니다.
대신 반복되는 리듬과 엇갈린 악센트, 집요한 박동이 청자를 음악 한가운데로 밀어 넣습니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가’가 아니라, 그 의식이 끝까지 수행된다는 사실입니다.
Episode.3
그래서 <봄의 제전>은 듣는 음악이라기보다 견디는 음악에 가깝습니다.
선율은 머무르지 않고, 화성은 안정을 제공하지 않으며, 리듬은 인간의 호흡과 어긋납니다.
청자는 음악을 따라가며 감상하는 대신, 어느 순간 그 안에 서 있다는 감각을 얻게 됩니다.
음악은 관객을 배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작품은 관객을 가볍게 대하지 않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FEDQRk4fWw&list=PLrJLE5LVc2zdd1vv4oUi90BtO7sakt1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