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카라얀의 선택, 그리고 관객의 자리
Episode.4
이 음악을 어떻게 연주할 것인가는 그래서 결정적인 문제입니다.
같은 악보라도, 연주자는 청중에게 출구를 마련해 줄 수도 있고,
반대로 그 출구를 닫아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서 1963년,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이 남긴 <봄의 제전>은 하나의 명확한 선택을 보여 줍니다.
Episode.5
카라얀의 연주는 대단히 정밀합니다.
흔히 말하는 ‘격정’이나 ‘원시적 광기’는 이 녹음의 중심에 있지 않습니다.
리듬은 철저히 통제되고, 악센트는 정확한 위치에 놓이며,
음향은 놀라울 만큼 균질합니다.
이 연주에는 흥분이 없습니다.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되는 긴장이 있습니다.
카라얀은 이 음악을 폭발시키지 않고, 끝까지 눌러 둡니다.
Episode.6
이 정밀함은 녹음 공간과 맞물려 더욱 분명해집니다.
이 음반이 녹음된 베를린의 예수그리스도 교회는 소리를 감싸 안기보다, 드러내는 공간입니다.
잔향은 절제되어 있고, 음은 번지지 않습니다.
그 결과, <봄의 제전>의 리듬과 구조는 신비화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됩니다.
원시적 의식을 다룬 음악이, 가장 절제된 공간에서,
가장 계산된 방식으로 연주되는 아이러니가 여기서 발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