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다비드와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이 서 있는 자리
브루크너 교향곡 5번 1악장 - Introduktion. Adagio - Allegro(도입부. 느리게 – 빠르게)
https://www.youtube.com/watch?v=4GH02aCPrt8&list=OLAK5uy_lCsjNbkSRFKjMNsf2Rd6K8qyaqEnDD42A&index=1
- Gunter Wand, Berliner Philharmoniker
- 1996.1.12/13/14, 베를린 필하모니홀
Episode.1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를 떠올릴 때,
우리는 종종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다재다능함을 먼저 말합니다.
그러나 ‘천재 중의 천재’라는 표현에 가장 가까운 인물을 하나만 꼽으라면,
결국 미켈란젤로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는 회화와 조각, 건축과 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당대의 기준을 압도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가 재능을 과시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미켈란젤로는 언제나 형식 앞에서 자신을 낮춘 예술가였습니다.
Episode.2
그의 삶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피렌체와 로마를 오가며 권력자들의 주문을 수행했지만,
그는 스스로를 장인이라 불렀고, 고독과 노동 속에서 작업했습니다.
벽화를 그리면서도 자신은 조각가라고 주장했고, 조각을 하면서도 완성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는 늘 “이미 그 안에 들어 있는 형상을 꺼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태도는 미학이 아니라, 세계관에 가까웠습니다.
예술가는 창조자가 아니라, 형식의 요구를 끝까지 들어주는 존재라는 생각 말입니다.
Episode.3
이 철학이 가장 완벽하게 구현된 작품이 바로 다비드 상입니다.
다비드는 성경 속 영웅을 다룬 조각이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전투 장면도, 승리의 환희도 아닙니다.
미켈란젤로는 골리앗을 쓰러뜨린 이후가 아니라, 돌을 던지기 직전의 순간을 선택했습니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으되, 아직 아무것도 실행되지 않은 상태.
이 선택 하나만으로도 그는 서사를 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