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이 인간을 넘어설 때(2)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와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이 서 있는 자리

by 클래식덕후문쌤

브루크너 교향곡 5번 2악장 - Adagio. Sehr langsam(아다지오, 아주 느리게)

https://www.youtube.com/watch?v=HvkEQeNiHpg&list=OLAK5uy_lCsjNbkSRFKjMNsf2Rd6K8qyaqEnDD42A&index=2



Episode.5


다비드 상의 미학은 감정 표현에 있지 않습니다.


얼굴에는 분노도, 두려움도 과장되어 드러나지 않습니다.


대신 시선은 멀리 고정되어 있고, 몸은 미묘한 콘트라포스토(조각과 회화에서 몸의 무게를 한쪽 다리에 싣고, 다른 쪽 다리는 이완시켜 골반–어깨–머리의 축이 미묘하게 어긋나게 만드는 자세) 자세로 균형을 유지합니다.


오른손의 긴장과 왼 다리의 하중 분산,


머리와 몸통의 미세한 비틀림은 모두 구조적 필요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이 조각은 근육을 자랑하지 않고, 힘을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이 이상 덜어낼 수 없는 균형 상태를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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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5


그래서 다비드는 영웅의 조각이 아니라, 형식이 완결된 인간의 조각입니다.


감정은 최소화되고, 비례와 구조가 전면에 나섭니다.


보는 이는 감동하기보다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이 조각은 설득하지 않고, 스스로를 증명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5번으로 시선을 옮기게 됩니다.



image.png 안톤 브루크너(1824~1896)(출처: 위키미디어)



Episode.6


브루크너의 교향곡 5번은 그의 작품들 가운데서도 가장 지적인 구조를 지닌 음악입니다.


이 교향곡은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선율로 유혹하지 않으며,


형식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모든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작곡 시기인 1870년대 중반, 브루크너는 빈 음악계에서 조롱과 무시를 당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성공을 전제로 쓰지 않았고, 인정받을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습니다.


대신 그는 자신의 신앙과 논리를 음악으로 끝까지 밀어붙였습니다.


이 교향곡은 영감의 산물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 검증된 사고의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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