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다비드와 브루크너 교향곡 5번이 서 있는 자리
브루크너 교향곡 5번 3악장 - Scherzo. Molto vivace (Schnell)(스케르초, 매우 생기 있게—명확히 빠르게)
https://www.youtube.com/watch?v=oDqR1FjK30I&list=OLAK5uy_lCsjNbkSRFKjMNsf2Rd6K8qyaqEnDD42A
Episode.7
1악장은 마치 다비드 상의 첫인상처럼, 조용하지만 단단합니다.
주제는 쉽게 기억되지 않고, 음악은 전진하기보다 기초를 다지는 데 시간을 씁니다.
2악장은 스케르초이지만 유희는 없고, 반복되는 리듬은 구조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3악장 아다지오는 감정을 토로하지 않습니다.
이 느림은 슬픔의 표현이 아니라, 사유가 지속되는 속도입니다.
Episode.8
그리고 4악장.
이 악장은 종종 서양음악사에서 가장 지적인 음악 중 하나로 언급됩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브루크너는 이 악장에서 푸가와 소나타, 코랄을 하나의 논리로 통합합니다.
각 성부는 동등하며, 어떤 선율도 감정을 과시하지 않습니다.
음악은 드라마를 만들지 않고, 사고가 스스로 완결되는 과정을 보여 줍니다.
더 이상 감동을 요구하지 않는 상태, 바로 그 지점입니다.
Episode.9
이 구조를 가장 투명하게 드러낸 연주가
귄터 반트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남긴 1996년 RCA 녹음입니다.
반트는 대기만성형 지휘자였습니다.
그는 화려함을 경계했고, 음악을 해석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세워 두는 태도를 끝까지 유지했습니다.
이 연주에서 베를린 필의 음향은 장식이 아니라, 구조를 드러내는 재료로 기능합니다.
4악장의 결말은 승리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았다는 사실이 조용히 확인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