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래틀의 말러,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https://www.youtube.com/watch?v=EhhODS-T0VI
Episode.4
이어지는 악장들에서도 래틀의 기색은 뚜렷합니다.
2악장의 우아한 춤곡이 3악장의 소란스럽고 괴기스러운 선율로 변모할 때,
그는 그 흐름을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마치 『율리시스』의 문장들이 쉼표 없이 이어지며 의식의 흐름을 쫓아가듯,
래틀은 악장 간의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듣는 이를
말러가 설계한 심리적 미로 속에 기꺼이 방치합니다.
3악장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클라리넷 소리는 삶의 허무와 소음들을 풍자하듯 울려 퍼집니다.
그러다 4악장 ‘태초의 빛’에서 들려오는 메조소프라노의 목소리는
아주 투명하고 정밀하게 정제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폭풍 전야의 정적이자,
사방이 가로막힌 절망의 끝에서 고독한 영혼이 자신에게 건네는 아주 낮은 고백입니다.
래틀은 여기서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극도로 낮추어,
오직 인간의 목소리만이 신에게 닿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임을 증명해 냅니다.
Episode.5
여정의 목적지인 5악장 피날레에서 래틀의 천재성은 찬란하게 폭발합니다.
말러는 이 마지막 순간을 위해 80분간의 고통스러운 방랑을 준비했습니다.
래틀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그리고 오르간이라는 거대한 장치들을 마치 신화 속의 건축가처럼 정교하게 쌓아 올립니다.
심판의 나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
정적 속에서 합창단이 "부활하리라"라고 속삭이기 시작할 때, 독자는 소름 돋는 전율을 느낍니다.
특히 마지막 대목에서 쏟아지는 오르간의 웅장한 연출은
이 곡의 주제인 ‘부활’을 가장 직접적으로 시각화합니다.
발밑을 흔드는 낮은 저음의 진동은 단순한 음향적 쾌감을 넘어,
죽음이라는 단단한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생명의 박동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이 대목을 들을 때마다 소설 『율리시스』의 마지막 페이지를 떠올립니다.
남편 블룸의 고단한 하루를 지켜본 아내 몰리 블룸이
마침표도 없는 긴 독백 끝에 내뱉는 위대한 긍정,
“그래요, 저는 그래요(Yes, I will, Yes)”라는 그 짧고도 강렬한 선언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