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도시, 낮은 의자위에서 부르는 노래(1)

불면의 밤을 위한 바흐, 침묵을 그리는 호퍼, 글렌 굴드의 마지막 귀환

by 클래식덕후문쌤

Goldberg Variations, BWV 988: Aria

https://www.youtube.com/watch?v=43sTxRVpRBM&list=PLxV6VwFCe969YrUNVkVfL7qyNN9sO41Ct

- Glenn Gould

- 1981.4.22~25/5.15/5.19/5.29, 30th Street Studio, New York



Episode.1


밤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정신이 투명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세상의 소음이 잦아든 새벽 2시나 3시, 텅 빈 방에 홀로 깨어있는 시간.


그 적막은 때로 견디기 힘든 외로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약 300년 전의 독일 드레스덴에도 그런 남자가 있었습니다.


러시아 대사였던 카이저링 백작입니다.



IMG_6029.jpeg



Episode.2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렸던 백작은 잠 못 이루는 밤이 올 때마다


자신의 전속 연주자인 요한 고틀리프 골드베르크를 불렀습니다.


“골드베르크, 내가 칠흑 같은 밤을 견딜 수 있게,


너무 슬프지 않으면서도 영혼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곡을 연주해 다오.”


백작의 부탁을 받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소년을 위해 서른 개의 변주곡을 작곡합니다.


이것이 바로 클래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건반 음악 중 하나인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탄생 설화입니다.


바흐는 이 곡이 수면제가 되길 바랐을지 모르지만,


역설적으로 이 음악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듣는 이를 영원히 깨어있게 만듭니다.



IMG_6030.jpeg



Episode.3


시간을 건너 20세기의 뉴욕, 여기 또 한 명의 불면증 환자가 있습니다.


캐나다 출신의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입니다.


그는 일찌감치 콘서트 무대에서의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관객들의 기침 소리, 예측할 수 없는 현장의 공기,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혐오했습니다.


대신 그가 택한 곳은 사방이 막힌 ‘녹음실’이었습니다.


그는 두꺼운 외투와 장갑, 그리고 각종 약병들에 둘러싸인 채 스스로를 고립시켰습니다.

이전 24화단 하루의 방랑이 위대한 교향곡이 되기까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