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도시, 낮은 의자위에서 부르는 노래(2)

불면의 밤을 위한 바흐, 침묵을 그리는 호퍼, 글렌 굴드의 마지막 귀환

by 클래식덕후문쌤

Goldberg Variations, BWV 988: Variation 4 a 1 Clav.

https://www.youtube.com/watch?v=z8l3CpA1Lb4&list=PLxV6VwFCe969YrUNVkVfL7qyNN9sO41Ct&index=5



Episode.4


그런 굴드가 생을 마감하기 1년 전인 1981년,


운명처럼 다시 골드베르크 변주곡 앞에 앉았습니다.


1955년, 그를 일약 스타덤에 올렸던 첫 녹음이 혜성 같은 속도와 패기로 가득 찼다면,


1981년의 녹음은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1981년의 음반을 들을 때마다,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그림들을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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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5


호퍼는 ‘빛’과 ‘침묵’을 그린 화가입니다.


그의 대표작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1942)’을 보신 적이 있나요?


모두가 잠든 깊은 밤,


형광등 불빛이 서늘하게 쏟아지는 도시의 간이식당에


세 명의 손님과 한 명의 종업원이 있습니다.


유리창 밖은 어둠뿐이고, 안에는 문조차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대화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찻잔을 바라보거나 생각에 잠겨 있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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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6


호퍼의 그림이 대중들에게 그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호퍼가 그려낸 고독이 ‘비참함’이 아니라 ‘담담함’이기 때문입니다.


그림 속 인물들은 외로워 보이지만 구차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은 도시의 익명성 뒤에 숨어,


타인의 간섭 없이 오롯이 자신의 고독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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