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도시, 낮은 의자위에서 부르는 노래(4)

불면의 밤을 위한 바흐, 침묵을 그리는 호퍼, 글렌 굴드의 마지막 귀환

by 클래식덕후문쌤

Goldberg Variations, BWV 988: Aria da capo

https://www.youtube.com/watch?v=XluAFPdR63o&list=PLxV6VwFCe969YrUNVkVfL7qyNN9sO41Ct&index=32



Episode.7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아리아(Aria)’로 시작해 30개의 긴 변주를 거쳐


다시 ‘아리아’로 끝나는 구조를 가집니다.


이를 ‘아리아 다 카포(Aria da Capo)’라고 부릅니다.


처음 들었던 그 선율이 50여 분의 긴 여정을 마치고 다시 흘러나올 때,


우리는 기묘한 감동을 느낍니다.


악보는 똑같지만, 그 음악을 듣는 우리의 마음은 이미 달라져 있기 때문입니다.


1981년의 굴드가 연주하는 마지막 아리아는 ‘귀환’입니다.


젊은 날의 과시와 속도, 세상에 대한 냉소와 투쟁을 모두 내려놓고,


낡은 의자에 앉아 “이제 다 괜찮다"라고 말하는 늙은 예술가의 담담한 안부 인사입니다.


호퍼의 그림 속 사람들이 밤을 지새운 뒤,


묵묵히 아침을 맞이하러 식당 문을 나서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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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9


오늘 밤, 잠이 오지 않는다면 억지로 눈을 감는 대신 굴드의 1981년 음반을 걸어두세요.


그리고 상상해 보세요.


호퍼가 그린 도시의 밤, 그 한구석에서 낡은 의자에 앉아 웅얼거리는 한 남자를요.


그의 음악은 당신의 불면을 치료해 주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당신이 겪는 그 외로움이 당신만의 것이 아니라고,


아주 우아하고 품위 있는 고독이라고 조용히 말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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