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절벽 끝, 혼자 선 자의 뒷모습(4)

슈베르트가 남긴 마지막 편지, 그리고 알반 베르크 콰르텟의 전설

by 클래식덕후문쌤

Schubert String Quintet in C Major, Op. 163, D. 956: IV. Allegretto - Più allegro

https://www.youtube.com/watch?v=4SrbHM-C3Q8



Episode.10


곡의 마지막, 모든 악기가 반음 높은음을 강하게 내리찍으며 끝나는


불협화음의 피날레는 마치 죽기 직전의 마지막 몸부림,


혹은 가혹한 운명에 대한 최후의 저항처럼 들립니다.


슈베르트가 이 곡을 쓰며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프리드리히가 캔버스 위에 고독한 남자의 등을 세워두었듯,


슈베르트는 오선지 위에 자신의 영혼을 세워두고


알 수 없는 안갯속(죽음)을 덤덤히 응시했을 겁니다.


자신의 음악이 당대에는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안개가 걷히고 저 산봉우리들이 드러나듯


자신의 진가가 세상에 드러날 것임을 믿으면서 말이죠.



IMG_6173.jpeg



Episode.11


알반 베르크 콰르텟의 연주는 이 곡이 가진 ‘이중적인 슬픔’을 완벽하게 증명합니다.


그들은 지나치게 울부짖지 않습니다.


프리드리히 그림의 차가운 색조처럼,


서늘하고 절제된 톤으로 연주하기에 더 슬픕니다.


소리 내어 펑펑 우는 것보다,


입을 꾹 다문 채 뒤돌아선 사람의 어깨가 더 처연한 것처럼 말입니다.



Episode.12


오늘날 우리는 슈베르트를 ‘가곡의 왕’이라 칭송하고


알반 베르크 콰르텟을 ‘전설’이라 부르지만,


그 아름다움의 뿌리는 결국 지독한 고독이었습니다.


오늘 밤, 삶이 막막하여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슈베르트의 유언과도 같은 이 곡을 들어보세요.


자욱한 안갯속에 홀로 서 있는 당신의 뒷모습을,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선배 방랑자들이 따뜻하게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요.

이전 03화안개 낀 절벽 끝, 혼자 선 자의 뒷모습(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