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쌓인 시간 속에서 캐낸, 거칠고 투박한 진심(1)

로스트로포비치가 베즐레의 돌벽에 새긴 바흐, 그리고 비비안 마이어의 거울

by 클래식덕후문쌤

Bach Cello Suite No. 1 in G Major, BWV 1007: I. Prélude

https://www.youtube.com/watch?v=IRa44f87oA8&list=PLfJndz0utgOOzP7_TjeNMACwPZfDcPANx

- Mstislav Rostropovich

- 1991.3, 베즐레 수도원



Episode.1


위대한 예술은 때로 아주 사소하고 우연한 순간에 우리 곁으로 찾아오곤 합니다.


1890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허름한 헌책방,


열세 살의 소년 파블로 카잘스가 먼지 쌓인 악보 뭉치를 발견했던 그날처럼 말입니다.


겉표지는 찢어지고 색이 바랬지만,


그 안에는 인류 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보물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바로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이 곡을


그저 첼로를 배우는 학생들을 위한 지루한 손가락 연습곡 정도로만 여겼지만,


소년은 직감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연습곡이 아니라 첼로가 부르는 가장 고독하고 위대한 노래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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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2


그로부터 약 100년이 흐른 2007년 미국 시카고,


또 하나의 기적 같은 발견이 일어났습니다.


한 벼룩시장 경매장에 이름 모를 할머니의 유품 상자가 나왔고,


그 안에는 현상되지 않은 필름 수십만 장이 가득했습니다.


단돈 40만 원에 낙찰된 그 상자의 주인은 비비안 마이어.


평생을 남의 집 보모로 살며 몰래 사진을 찍었던 그녀는,


죽고 나서야 세상에 알려지며 ‘사진계의 반 고흐’라 불리게 됩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 두 가지 기적 같은 ‘발견’과 맞닿아 있습니다.


바흐의 악보처럼 깊고,


비비안 마이어의 필름처럼 비밀스러운,


첼로 거장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의 생애 마지막 역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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