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로포비치가 베즐레의 돌벽에 새긴 바흐, 그리고 비비안 마이어의 거울
Bach Cello Suite No. 5 in C Minor, BWV 1011: I. Prélude
https://www.youtube.com/watch?v=BDpYm4TrNIA&list=PLfJndz0utgOOzP7_TjeNMACwPZfDcPANx&index=29
Episode.6
여정의 시작인 제1번 G장조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곡입니다.
마치 아침 햇살이 비치는 맑은 시냇물 같습니다.
‘프렐류드(전주곡)’가 시작되면 첼로는
부드러운 아르페지오(분산 화음)를 그리며 흘러갑니다.
로스트로포비치의 활은 여기서 무겁지 않습니다.
세상에 갓 태어난 아이의 눈동자처럼 순수하고 영롱하게,
희망을 노래하며 6곡의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Episode.7
하지만 제2번 D단조로 접어들면 분위기는 급변합니다.
장조에서 단조로 바뀌며 풍경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합니다.
마치 비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는 듯한 우울과 비극적인 정서가 곡 전체를 지배합니다.
로스트로포비치는 여기서 인생의 쓴맛을 본 중년의 고독을 노래하는 듯합니다.
즐거운 춤곡의 리듬을 타고 있지만, 그 춤은 어쩐지 슬픈 가면을 쓰고 추는 춤 같습니다.
Episode.8
이어지는 제3번 C장조에서 음악은 다시 활력을 되찾습니다.
첼로의 가장 굵고 낮은 줄인 C현을 긁으며
웅장하게 시작하는 이 곡은 영웅적이고 남성적인 에너지가 넘칩니다.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마치 거대한 건축물을 쌓아 올리듯,
꽉 찬 소리로 공간을 장악하며 듣는 이에게 ‘확신’과 ‘용기’를 불어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