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고통을 말하라 했고, 나는 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를 잃었다.
누군가에겐 하나의 뉴스였고,
누군가에겐 그저 하루를 스쳐 지나간 사건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세상의 끝이었다.
그날, 이 세상과 맺고 있던 모든 의미의 끈이 끊어졌다.
숨을 쉬는 것조차 죄스러웠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죽지 않고 버티는 것조차 기적처럼 느껴졌고,
때로는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날.
국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망신고서를 작성해 주세요.”
“절차니까요.”
“법에 정해져 있어서요.”
그 말은 결국 이렇게 들렸다.
“당신의 그 처절한 아픔을 문서로 남겨주세요.”
아이의 이름을 쓰고,
사망 일시와 장소를 기재하고,
사망 원인을 지극히 상세하게 적어달라고 했다.
너무 디테일하게, 너무 정확하게
마치 감정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건 부모를 두 번 죽이는 일이었다.
단지 종이 한 장이었지만,
그 종이는 칼보다 더 날카롭게
우리의 심장을 도려냈다.
내가 낳은 아이를, 내 손으로 이 세상에서 지워야 한다는 것.
그건 행정이 아니었다.
그건,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고문이었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본 적 없는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건 거짓말이다.
시간은 아픔을 숨기는 법만 가르칠 뿐,
그날의 상처를 결코 없애주지 않는다.
그날의 기억 하나하나가
상처가 되어 날마다 나를 덮쳐온다.
그리고 오늘,
내가 직접 쓴 이 사망신고서 역시
내 가슴 한켠에 깊게, 아주 깊게 박혀버렸다.
한 여성이 있다.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온몸으로 도망친 여자.
공포와 두려움 속에서 겨우 이혼을 결정했고,
다시는 그 지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새로운 삶이 찾아왔다.
이제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다시 한번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국가는 다시 그녀를 붙잡았다.
“이혼 사유를 적어주세요.”
“가정폭력이었다면, 증거를 제출해 주세요.”
그녀는 또다시 그 밤을 꺼내야 했다.
맞았던 날들, 도망치던 순간,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
그리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그 사람의 이름과 주소.
국가는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이 얼마나 아팠는지 증명해 주세요.
그래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행정’은 그녀의 과거를 서랍에서 꺼냈다.
먼지를 털고, 펼쳐놓고,
“보세요, 이 여자 맞죠?” 하고 확인하듯 들이밀었다.
그녀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국가는 어떻게 살아남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망가졌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내가 받은 폭력의 모양,
지속된 기간, 장소, 횟수,
그리고 가해자의 인적사항까지
이것은 법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찢는 칼이었다.
너무나 똑같은 방식의 폭력이
‘서류’라는 이름으로 반복되고, 또 반복되었다.
서류 한 장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사람 하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정당한가?
아무리 절차가 있다 한들,
고통 속에 있는 사람에게 증명을 요구하는 제도는 폭력이다.
비용이 들더라도,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사람이 더 필요하더라도
그건 국가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게 국민이 낸 세금의 이유고,
국가가 인간을 지키는 방식이어야 한다.
국가란, 인간이 견딜 수 없는 고통 앞에서 홀로 서 있을 때
조용히 다가와
“우리가 함께 울어줄게요”
라고 말하는 존재여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살아남았고,
또 살아가야 하지만
그 길 위에 놓인 수많은 서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두 번, 세 번,
그리고 천 번도 넘게 죽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