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들의 정교한 쇼
딸기맛 젤리를 하나 샀다.
무심코 뒷면을 보았고,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딸기 농축 과즙 0.1% 함유’
0.1%라는 숫자는, 맛을 바꾸기엔 너무도 미약한 양이다.
향은 인공 향료가 만들고, 색은 색소가 조절한다.
사실, 딸기는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이 극히 적은 양의 진짜 딸기를 제품에 넣는다.
왜일까?
정답은 단순하다.
진짜가 아니라,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소비자는 ‘0.1%’라는 문구에서 안심을 얻고,
기업은 그 반응 하나를 기대하며 형식적인 진짜를 끼워 넣는다.
이쯤 되면 묻게 된다.
그 0.1%를 기대하고, 0.1%로 만족하는 소비자나
그 0.1%에 기대어 마케팅 효과를 노리는 기업이나,
결국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서로 속고 속이며 자위하는 셈이다.
맛도, 가치도 바꾸지 못하는 성분 하나를 두고
소비자와 기업이 맞춰 추는 이 춤은
바보들의 무의미한 놀음이다.
그런데도 이 구조는 잘 작동한다.
왜냐면, 많은 사람들이 이미 ‘진짜’보다 ‘진짜 같아 보이는 것’을 더 신뢰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진심 없는 사과에도 사람들은 감동하고,
실체 없는 수치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실력보다 이미지가 앞서고, 내용보다 포장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어느새 진짜보다 진짜처럼 보이는 안심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그래서 0.1%가 버젓이 포장에 적혀있어도,
사람들은 그걸 읽고 "괜찮겠네"라며 상품을 고른다.
맛은 향료가, 믿음은 환상이 만든다.
딸기 0.1%.
그 숫자가 알려주는 건 단순한 성분의 유무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진짜를 어떻게 대하고,
얼마나 자주 ‘진짜인 척하는 것’에 안심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