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쓴 글은, 반드시 서툴러야만 하나요?

연필로 쓴 진짜글, 타자로 쓴 가짜글

by 니노의성

누군가 얼마 전 내가 쓴 글에 이런 댓글을 남겼다.
“AI가 쓴 글을 사람이 쓴 '진짜' 글인 것처럼 속이는 것.”

그 말이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나는 글을 쓸때 한참을 고민하고 지우고 수정하기를 반복한다.
렇게 탄생한 글이었으니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은 비난이라기보다
어쩌면 칭찬처럼 던져진 오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가 잘 돼 있고, 문장이 자연스럽고,
내용이 조금 어려우니까
“이건 사람이 쓴 게 아닐지도 몰라” 하고 느꼈을 수도 있다.

그래, 맞다. 고백하겠다.
나는 글을 쓸 때 AI를 사용한다.
하지만 더 짧은 시간에, 더 완성도 있는 글을 만들 수 있는데
그걸 굳이 AI 없이 하겠다고 고집부리는 게
오히려 더 비효율적이고, 멍청한 게 아닐까?

그리고 어디까지나 AI는 내게 도구일 뿐이다.
나는 AI에게 모든 것을 제작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간단한 아이디어를 물어보거나, 문단을 정리하고 문장의 어색한 부분을 다듬을 때 도움을 받을 뿐이다.
글의 뼈대도, 방향도, 감정도, 의미도
모두 나로부터 나온다.

AI는 연필일 뿐, 손은 나의 것이다.

내가 하나의 글을 쓰고 그림을 고르는 데 드는 시간은 평균 1~2시간 정도다.
짧을 땐 30분, 길 땐 몇 시간씩 붙잡을 때도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고작 이 짧은 글 하나를 쓰는데도 나는 무려 두 시간을 썼다.
그 시간은 결코 ‘복사와 붙여넣기’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글짓기 상을 자주 탔다.
그땐 작가가 내 꿈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그 꿈은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결국 포기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련은 남더라.
그래서 지금은, 그냥 가볍게라도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써보려 한다.
거창한 목표도 없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던 일을
다시 한번 내 방식대로 해보는 거다.

사람이 쓴 글이라면 반드시 어딘가 어설퍼야 한다는 인식,
그게 참 이상하다.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글은
‘사람이 쓴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의심과 비난을 받고,
오히려 감정도 생각도 없이 마구 쏟아낸 글이
‘진짜 사람 냄새’나는 좋은 글이라고 착각되기도 한다.

나는 묻고 싶다.
사람이 쓴 글은, 반드시 서툴러야만 하나요?

생각 없는 사람이 보면,
생각이 담긴 글도 인공지능처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 같다면, 어떠한가?
그 안에서 당신이 무언가를 얻고, 깨닫고, 위안을 받았다면
그건 이미 가치 있는 글 아닌가?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방식대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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