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사라지는 세상
나는 내가 특별하다고 느낀다.
어쩌면 너무 흔한 말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 특별함은 단순한 자기애에서 온 게 아니라,
시대의 위치에서 오는 감각이다.
나는 세상의 급격한 변화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카세트테이프가 음악을 담던 시절을 기억하고,
터치스크린을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을 안다.
아날로그의 느림과 디지털의 속도를 동시에 체험했고,
손편지의 떨림과 인공지능의 문장을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나는 93년생 MZ세대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세대.
하지만 나는 그 어중간함이 오히려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고,
‘다가올 것’을 쉽게 받아들인 첫 번째 세대였으니까.
그리고 나는 종종,
내가 인류가 사라지기 직전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기후가 무너지고, 자연이 죽어가고,
인간이 만든 세계가 인간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이
더 이상 상상도 예측도 아닌,
그냥 현실의 일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세상을 구할 수 없고,
거대한 흐름 앞에서
손 한 번 뻗어보는 일조차 무력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뉴스를 읽고, 분노하고, 글 몇 줄을 쓰기도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내가 바꾼 것은 없고,
그저 하루가 지나가 있을 뿐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너무 작고, 너무 늦고, 너무 쓸모없다고 느낀다.
이 세계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견디기 힘든 무게로 다가온다.
하지만
세상이 무너진다고 해도
당장 내 집이, 내 일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
거리엔 여전히 사람들이 있고,
집에 오면 내 아이는 웃고, 내 아내는 날 따뜻하게 맞이해준다.
나는 오늘도 밥을 먹고, 사람들과 말하고, 살아간다.
나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하지만 내 하루를 무너지지 않게 할 수는 있다.
내 가족을, 내 사랑을,
내 주변을 망치지 않는 삶.
그게 지금 내가 가진 가장 현실적인 저항이고,
어쩌면 유일한 힘이다.
누군가는 그걸 “작은 삶”이라고 부를지 모르지만
나는 안다.
이 작고 조용한 삶이 무너지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 혼란한 세상 속에서 가장 단단한 선택이라는 걸.
세상이 어떤 꼴이 되든,
나는 그 속에서도 사람답게 사는 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난 유일한 의미일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