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샘스미스

비이성적인 우리들

by 니노의성

샘 스미스를 처음 좋아하게 된 건,
그의 노래 때문이었다.
쓸쓸하고, 외롭고, 절절한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고,
그 진심 앞에선 나도 조용히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는 점점 달라졌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미쳐갔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라는 선언,
종교를 뒤틀고, 성을 해체하고,
무대 위에서 사탄처럼 웃고 춤추고 외치는
그 모습은 처음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그를 점점 더 좋아하게 되었다.
왜냐면 그는, 자기가 얼마나 아팠는지를 그 미침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스스로를 논바이너리라고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왜 굳이 남자도 여자도 아닌 상태를

고수하려고 하는지
그것이 그들에게 무슨 의미를 주고

무엇을 가져다 주는지..

하지만 나는 느낀다.
그건 세상의 시선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그들 스스로 만든 탈출구이자 방패였다는 걸.
게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지독하게 외면받고, 상처받고, 절절한 실연을 반복했던 샘 스미스는
자신을 그런 식으로라도 보호해야 했던 거다.

그 모든 걸 깨고, 부수고, 바보처럼 웃고,
역겹다고 손가락질당하면서도,
그는 더 세게 무대에 섰다.

나는 그런 그가 멋있다.

세상은 늘 말한다.
정상처럼 굴어라.
티 내지 마라.
눈에 띄지 마라.

샘 스미스는 그 모든 말에
한 단어로 응수한다.

“싫어.”

그는 오늘도 짙은 화장을 하고,
무거운 엉덩이를 흔들며 하이힐을 신고 등장한다.
불편해하는 사람들 앞에서 더 과감해지고,
조롱 속에서 더 큰 예술을 만들어낸다.

그는 자신을 구하려고 만든 ‘정체성’을
이제 세상을 찌르는 무기로 바꾸었다.
그리고 말한다.

“너희는 이성애자라서 더 낫다고 생각하겠지?
그럼 바람 피고, 욕망에 무너지고, 친구 연인 탐하는 너희는 뭐야?
나보다 나아?”

샘 스미스는 음악으로 아니 그의 존재 자체로 세상에 답한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무서운 사람으로 사람들 앞에 섰다.

나는 그의 정체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그 미침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미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할수록,
나는 그에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는 멋있다.
그는 역겹다고 불리는 방식으로,
세상을 비춘다.

그리고 나는,
그가 그 미친 방식으로 살아가는 걸 존중한다.
진심으로.

작가의 이전글고래는 다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