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없는 물고기

정체된 인간, 헤엄치는 물고기

by 니노의성

나는 물고기를 무척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서, 내 방 한가운데
거대한 수조를 두었을 정도다.

퇴근 후 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수조 앞에서 보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물속을 지그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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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수조 앞에서 물살을 거스르며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팔다리도 없는 녀석들이
저 작은 공간 안에서
물살을 거슬러 가며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간다는 게
참 신기하고, 또 대단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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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나자마자
잡고, 쥐고, 기대고, 버티는 법부터 배운다.
인간은 손이 있어야 무언가를 잡을 수 있고,
발이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물고기들은 다르다.
붙잡을 손도 없고,
딛고 설 발조차 없다.
그저 저 작은 몸 하나를 흔들며
거대한 흐름 속을 헤쳐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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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 모습이 불안해 보였다.
가만히 있으면 떠내려가고,
멈추면 흘러가 버리는 삶이라니.
어떻게 저런 상태로 잠을 자고,
어떻게 저런 상태로 안정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런데 계속 보다 보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물고기들에게 흐름은
위협이 아니라
그들 세계의 기본값에 가깝다.
그들은 멈춰 있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흐르다, 필요하면 거슬러 오르고
힘들면 바위 뒤에 몸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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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듯,
그들은 물에 몸을 맡긴다.

어쩌면 불안한 건
팔다리가 없는 삶이 아니라
그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기준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멈춰 있어야 정상이라고 믿고,
고정돼 있어야 안심하며,
붙잡고 있어야 존재한다고 느낀다.
그래서 고여 있는 상태를 안정이라 부르고,
흐르는 상태를 불안이라 부른다.

하지만 당장 물속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강가에 고인 물은 썩고,
흐르는 물만이 변화하고 정화된다.

수조 앞에 서서

그 사실을 조용히 인정하게 되는 순간,
이상하게도
내 삶의 불안도 조금은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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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고 있어도,
붙잡고 있지 않아도,
아니 붙잡지 않고 흐르고 있기에
내 삶은 오늘도, 내일도
변화하고, 살아 있고,
조금씩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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