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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동안남 Apr 21. 2023

11편 : 봄소풍은 행복함, 순수함, 즐거움, 그리움

용인에버랜드 방문 속에서 남긴 추억을 떠올리며 일필휘지로 적어보다.


4월도 중순을 지나 이제 하순을 향해 가고 있다. 그 와중에 조카 2명이 현장 체험학습을 간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소풍이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바뀌었다고 한다. 뭔가, 체험학습보다는 소풍이 더 정감 가고 공감이 가는데 말이다.


문득, 조카 2명과 대화를 통해 봄 소풍에 대한 추억거리가 떠올라서 적어볼까 한다. 가을과 함께 운동회와 더불어 소풍은 봄에도 우리 학생들에게는 설레는 시간이었다. 지금이야 일기예보가 실시간으로 전송되어 정보를 알 수 있지만, 필자가 유년 시절에는 오로지 TV와 라디오로 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봄 소풍 가기 전날에는 항상 기도했다. '제발 비는 내리지 않게 해 주세요.


바람이 통했을까? 아침은 쨍쨍했거나 약간 흐림이었다. 엄마가 싸주시는 김밥, 그리고 소풍 가기 전날에 구입한 과자와 음료수 등을 보면서 오늘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먹어야 한다는 참 순수한 마음으로 봄 소풍을 기다린 것 같았다.


아직 잘 시간임에도 봄 소풍 당일에는 뭔 기대가 그렇게 컸는지 엄청 일찍 일어나서 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자고 싶어도 그 설렘에 다 깨어서 정신이 맑아졌다. 아침에 뉴스를 보고, 엄마가 싸주신 김밥과 음료수, 과자 등을 배낭에 메고 학교로 향한다.


필자가 봄 소풍을 다녔을 때는 어렴풋이 버스를 타고 멀리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봄 소풍을 가기 전, 우리 학교 내에서는 투표했던 것 같다. 장소를 써서 다수결 원칙에 의해 정해지는 방식. 그렇게 결정된 곳은 용인 에버랜드였다.


에버랜드. 정말 먼 곳이었다. 참고로 필자는 경상북도에 거주하고 있다. 따라서 정말 이른 시간에 출발하다 보니 위에서 적은 것처럼 평상시에 비해 일찍 일어난 것이다. 여하튼, 일찍 학교에 도착해 점검하고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한 후, 우리는 여러 방향으로 나뉘었다. 자는 친구, 먹는 친구, 노래를 부르는 친구, 수다 떠는 친구 등등 각자 자신들만의 도착 직전까지의 지겨움을 달래고 있었다. 긴 시간을 달려 도착한 용인 에버랜드.

어렴풋이 기억하기를 너무 멀었기에 짧은 시간에 모든 놀이기구를 탈 수 없었다. 그래서 친구 몇 명과 구경만 했던 것으로 생각난다. 하지만 처음으로 에버랜드에 왔으니 구경이라도 좋았다. 아니, 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것이었다. 그렇게 여러 군데를 짧게 구경하고, 점심을 친구들과 먹었다.


점심은 아주 맛있었다. 친구들이 싸 온 김밥과 기타 밥 종류들과 나눠 먹으니 아주 좋았다. 음료수와 과자도 같이 먹었더니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 행복한 순간이 수십 년 전이니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마음속에 뭔가 아쉽기도 하고, 눈물도 났다. 유년 시절. 그렇게 가고 싶었던 소풍이 절실했고, 소중했는데 좀 더 많이 놀았을걸. 그리고 친구들과 많이 이야기하며 추억을 쌓을걸. 별의별 생각에 참 아쉽고, 그리웠다.


점심을 함께 먹고, 우리는 정말 놀이기구 몇 개를 탄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짧은 시간에 탄 놀이기구, 큰 떠올림은 없지만 재미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게 타고 싶었던 놀이기구가 어찌 보면 큰 기대감 속에 시간을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친구들도 마찬가지로 행복한 모습들이었다. 수십 년이 지난 현재, 다시 에버랜드로 가서 그 놀이기구를 탄다면 과연 당시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 하. 뭔가 희소성이 낮아져서 흥미가 반감될지도 모르겠다.


현대인의 삶 속에 놀이기구 탄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것을 보면, 필자도 순수한 마음이 지금까지 남은 것 같았다. 그 순수함을 간직하면서 놀이기구를 탔으니 말이다.


짧디 짧은 시간에 우리는 놀이기구를 타고, 구경하고, 수다를 떨고, 재미를 느끼며 다시 집으로 향한다. 끼리끼리 돌아다니다 보니 버스 안에는 출발한 모습과 전혀 달랐다. 대부분 피곤함에 지쳐 잠을 자는 것이었다. 얼마나 재미있게 놀았으면. 참 우리는 좋았던 것 같았다. 단순히 놀이기구를 탄 것 있지만, 언제 다시 에버랜드에 가서 그렇게 긴 시간 재미있게 놀 수 있단 말인가?


집에 도착하고, 저녁이 되었다. 늦은 저녁에 필자는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놓았던 마음을 품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후......


필자는 이제 어른이 되어 이렇게 글을 남긴다. 현재, 초등학생인 조카 2명이 현장 체험학습을 간다고 했을 때, 참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구나, 우리 때는 바이러스라는 정말 생소한 것 없이 순수하고 당연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보냈는데, 조카들은 코로나라는 무서운 바이러스에 몇 년 동안이나 누리지 못했으니 이번 소풍 같은 현장 체험학습에 얼마나 기대가 크겠는가?


조카들과의 대화 후, 필자는 당시 소풍 간 자료가 남아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곰곰이 생각해도 자료가 없었다. 우리는 어려서 카메라라는 비싼 장비를 챙겨 올 여유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쉽다. 그러나 두뇌 속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순간과 순수한 마음이 한편에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것이다.


필자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도 자신들만의 소풍 추억거리는 남아있을 것이다. 이제 4월도 끝을 향하고 있고, 5월이 다가온다. 이 시기는 정말 행사가 많다. 특히, 소풍은 정말 절정이다. 따라서 봄 소풍에 대한 이야기는 끝이 없을 정도로 누구나 한 보따리씩은 품고 있을 것이다. 그 보따리를 풀 때마다 추억을 생각하고, 행복을 느끼고, 그리고 희망도 얻는 것이다.


최근,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몸살을 앓았다. 추억을 앗아갔고, 행복을 뺏겼으며, 당연한 것을 놓쳐야만 했다. 겨우, 그 몸살에서 벗어나 이젠 누릴 수 있는 행복이 다가왔다. 봄 소풍 관련 글을 남기면서 추억해 보니 의외로 필자도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뭔가 아련한 마음을 제공하는 것 같아서 기쁜 것 같다.


봄 소풍 혹은 봄 현장 체험학습에서 우리는 자유와 행복, 그리고 추억을 남길 것이다. 모든 분이 이 경험을 통해 어렵고 힘든 시기를 잘 버티고, 희망을 가지면서 우리 모두 정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어떠할까? 우리에게 봄은 지금 다가왔으니 말이다. 꼭 누려보자. 야외든 실내든 말이다.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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