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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동안남 Jun 08. 2023

아기공룡둘리의 둘리가 벌써 40세라니....

둘리, 고길동, 도우너, 희동이, 마이콜, 또치를 떠올리며 적어보다.

초록색 캐릭터가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들과 중장년층을 사로잡았다? 호이호이하는 모습을 우리는 다 한 번씩은 따라 해봤다? 주인집 아저씨는 예전에는 미웠는데 어른이 되고 보니 오려 더 불쌍하게 보이는 우리들의 심리? 이렇게 적어도 모른다? 최종 힌트. 아기공룡이다. 정답은 둘리이다.


아기공룡둘리. 만화가 김수정 씨가 만화잡지 보물섬에서 1983년에 만들어낸 정말 최고의 만화이다. 1993년까지 10년 연재를 했고, 이를 바탕으로 tv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서 대박 이상을 넘어 역사적인 전설이 되었다. 그러니, 아기공룡둘리는 날아라 슈퍼보드와 맞먹는 거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케라토사우르스를 모델로 만든 둘리. 그런데 엄마는 브라키오사우르스로 나온다? 뭔가 이상한데도 전혀 위화감이 없게 나온다. 그만큼 우리는 아기공룡 둘리가 엄마를 그리워했던 그 마음을 우리가 유년시절에 공감하고 감정을 느꼈기에 인지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만화니까 공룡 종류는 넘어가고, 이 만화는 둘리와 엄마를 비롯해 주인집 고길동과 가족들, 빨간 코가 인상적인 도우너, 서커스단에서 탈출해 재주는 잘 부리는 척하는 암컷 타조 또치, 이사 와서 노래 잘한다고 은근히 잘난척하지만 실상은 허무맹랑한 마이콜, 귀여운데 은근 말썽을 잘 부리는 희동이가 주요 캐릭터이다.


필자는 만화책으로는 둘리를 보지 않아서 tv 애니메이션 기준으로 이 글을 써보려고 한다. 공룡이 살았던 시절, 둘리는 엄마와 놀다가 어느 외계인의 실험대상이 되어 납치가 되었고, 실험대상에서 풀린 뒤 세상이 변하고 엄마를 잃고 눈 속에 파 묻히다가 빙하가 되어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우연하게 빙하가 서울로 가는 아주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서 고길동 집 근처에서 고길동의 딸에게 발견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후부터 둘리는 소위 트러블 메이커로서 말썽 부리고, 요술 같은 마술부리면서 고길동을 괴롭힌다. 그 후, 타임머신을 이용하는 도우너의 등장, 말썽꾸러기 희동이의 장난 짓, 또치의 희한한 재치 속 행동, 마이콜의 노래 실력 등등 아기공룡둘리는 참 적은 에피소드임에도 모든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짧은 에피소드임에도 인기가 높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보물섬이라는 만화에서 이미 둘리가 연재되었기에 인기도 있었겠지만, 공룡이라는 모델을 바탕으로 우리 인간처럼 말썽 부리고 주인에게 혼나고, 행동하는 것이 우리 인간과 비슷했기 때문에 공감을 사서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각 캐릭터들마다 특이한 성격과 행동 양식 등도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우리 뇌리 속에 남아있었을 것이다.


둘리는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초능력화된 공룡으로 나온다. 그래서 중간중간 에피소드에 초능력으로 재미를 주는 장면들이 꽤 쏠쏠하다. 그래서 당시 유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대부분 '호이'이라는 이 2글자를 한 번 이상 말했을 것이다. 결과는 우리 모두에게 아무것도 나오지는 않았지만, 호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했다. 그만큼 만화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마이콜이 노래자랑 대회에 나가서 부른 라면송...... 이것도 정말 기가 막히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오세홍 성우(짱구 아버지 역할로 유명하신 분)가 직접 특유의 창법으로 부는 라면송...... 핵폭탄과 유도탄이라는 그룹명으로 출전해 라면의 특징을 맛깔나게 불렀다. 그래서 이 노래는 세월이 흘러 현재까지도 많이 회자되는 노래 중 하나이다. 누구나 다 불렀을 것이고, 라면만 보면 이 노래가 어렴풋이 떠올라 추억에 잠겨있을 수도

있다.


여러 에피소드 중 슬픈 장면이 있었다. 도우너의 타임머신을 타고, 둘리가 살았던 공룡 시대로 간 장면에서 둘리는 엄마를 만난다. 둘리는 엄마를 너무 그리워해서 곁에서 계속 달라붙을 정도로 애정을 가졌다. 하지만, 타임머신의 작동과 희동이의 작업으로 인해 둘리는 두 번 다시 엄마를 만나지 못하고 현대로 되돌아간다. 이 장면에서 대부분 희동이를 원망했을 것이다. 아마, 지금 방영되었다면 난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만약 둘리가 엄마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만화의 흐름이 끊어질지 모르는 뭐라 할까...... 재미가 반감된다는 관점에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생각은 자유이니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할지 궁금하다.


우리가 이 만화를 보면, 가장 불쌍한 캐릭터가 있다. 바로 고길동이다. 중산층으로서 엄연히 집이 있는 지금으로 따지면 알부자나 다름없는 성공한 사람이다. 회사에서도 중간 간부급으로 나오는 능력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둘리를 만나면서 매번 둘리의 말썽에 집이 망가지고, 부서지고, 정신이 없다. 그래서 둘리를 혼내고, 벌을 주고, 주변 캐릭터에게도 화를 내는 등 당시 아이들에게는 공공의 적이었다. 왜, 둘리와 친구들을 괴롭히냐고......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어린아이들이 가장이 되면서 고길동의 캐릭터를 오히려 존중하고 불쌍하게 생각하는 등 많이 바뀌게 된다. 그만큼 어른이 된 우리가 사회적 현실의 고달픔을 느끼면서 얻게 된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둘리는 우리에게 많은 재미와 함께 한국 애니메이션으로서의 핵심적 역할을 했다. 이 만화의 성공으로 여러 한국 만화가 탄생했고, 이를 tv 애니메이션 화해서 꽤 성공을 거둔 만화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 KBS1 방송에서 전국노래자랑이 끝나고, 약 1시간 동안 한국 만화를 여러 번 봤던 기억이 날 것이다. 둘리도 당연히 여기에 포함되어서 우리는 재미를 느꼈고, 현재 그 당시를 추억하며 살아가고 있다.


둘리는 주민등록증이 나올 정도로 임팩트 있는 캐릭터이다. 그리고 나이도 어느덧 40세가 되었다. 1983년 생, 청년을 갓 지난 중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인 셈. 그래서 고길동이 둘리에게 편지를 남긴 것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내용을 보면 이러하다.


'철들지 말고, 네 모습 그대로 오래오래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살아가 주렴......'


이 얼마나 대인배적인 내용인가? 철들지 말고, 그 마음을 유지하라는 고길동의 당부. 물론, 만화 캐릭터이고 가상의 내용이지만, 어찌 보면 우리들도 순수한 마음 잊지 말고, 편안하게 살자는 우리의 현실에서 좀 더 희망을 갖고 살자라는 마음을 대변한 것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필자도 고길동의 편지를 보며 마음이 그러했다. 하. 고길동은 참 대단하신 분이야......


40년 전, 단순히 공룡을 캐릭터로 만들어 재미를 주었던 아기공룡둘리. 그 공룡이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고, 21세기인 현재까지 전설적인 만화로서 우리 마음속에 영원한 말썽꾸러기이자 친구 같은 존재로 남아있다. 우리는 둘리처럼 초능력이 없고, 알 수도 없고, 빙하를 타지도 못했지만 만화를 시청하면서 느낀 그 순수한 마음과 그리움은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된 당시 아이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둘리야 참 고마워, 우리 마음속 한편에 네가 있었기에 행복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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