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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동안남 Jun 17. 2023

날아라 슈퍼보드를 추억하며 글을 남겨보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가 하모니를 이루는 TV 애니메이션


손형, 왜 이셔? (바주카포가 등에 있다.)

팔계야, 그만두거라. (염주와 함께 부적이 있다.)

나방, 아아아 아아아 (뿅망치로 어설프게 때린다.)

치키치키차카차카 초코초코초 (보드와 함께 쌍절곤이 무기이다.)


이 말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모르신다?, 정답은 7글자이다. 그래도 모르신다? 그러면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부모님이나 형, 혹은 삼촌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려주신다.


정답은 날아라 슈퍼보드이다. 필자가 유년 시절, 날아라 슈퍼보드를 보고 그 느낌을 적어보려고 한다.


이 만화를 만든 분은 다들 누가 그렸는지 아실 것이다. 타짜, 식객 등의 유명한 작품을 만든 허영만 화백이 그린 작품이다. 이 분이 이 위대한 만화를 애니메이션 화해서 말 그대로 대박이 아닌 전설을 만들었다. 역대, 애니메이션 시청률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임팩트가 컸고, 캐릭터들이 워낙 독특고, 인상 깊어서 당시 필자뿐 아니라 모든 시청자들이 뇌리에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만화의 원조는 '서유기'이다. 송나라 오승은이라는 사람이 지은 책을 모티브로 삼아서 만든 것이다. 우리는 날아라 슈퍼보드라는 애니메이션으로 접했지만, 이미 일본에서는 70년대 후반에 서유기를 드라마로 만들어서 대박을 쳤다. 이 드라마는 외국에도 수출되어 큰 인기를 이끈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아는 이박사가 부른 몽키 매직의 멜로디가 이 서유기 드라마의 오프닝을 참고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궁금하시면 검색해서 비교하시면 된다.)


본론으로 넘어가서, 줄거리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되어 최종 목적지까지의 여정을 통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만화로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 기준) 재주를 잘못 부려 옥황상제에게 벌을 받아 오랜 시간 갇히다가 삼장법사에게 풀린 손오공, 기름집을 운영하는 악덕 장사꾼 저팔계, 물속에서 지내지만 입 안에 나방이 붙어있고 귀가 덮여있어 잘 들리지 않는 사오정, 마지막 나쁜 요괴나 악당을 물리쳐 목적지까지 향하는 부적의 소유자 삼장법사 등 이들이 이끄는 모험과 재미, 그리고 수많은 교훈 등이 만화에 잘 담겨 있다.


TV에서 이 만화를 보았는데, 정말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서유기 책을 먼저 읽고, 만화를 보면 비교 분석하기가 가능한데, 그렇지 않고 순수하게 만화부터 접하면 짜임새가 기가 막히다. 뭐라 할까...... 등이 가려워 효자손을 이용해 아주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여러 에피소드들이 회자되고 있고, 그 에피소드 안에 나오는 요괴와 악당의 모습과 대사 그리고 행동이 전설적으로 남아있다.


날아라 슈퍼보드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단순히 만화를 넘어서 신화를 일궈냈다. 당시, 일본 애니메이션이 TV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한국과 일본이 문화개방하기 이전이라 일본식 풍습이나 문화는 삭제되어 방영했지만...... 그래서 우리나라 만화는 TV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아기공룡둘리, 하니 시리즈, 머털도사 등이 진두지휘를 했지만, 일본의 거대 시장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날아라 슈퍼보드가 이 만화 시장을 완전 정복을 한 것이다.


권선징악을 토대로 악당과 요괴와의 싸움 속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장면, 성우들의 기가 막힌 연기, 캐릭터 하나하나의 특징이 아직까지 남아있을 정도의 임팩트 등 수많은 요소를 나열해도 끝이 없을 만큼 재미가 한가득했다. 당시, 필자는 시즌 1만 봤고, 그 이후의 시즌은 봤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여기에 적기가 어려워 아쉽다.


많이 보고, 많이 웃고, 많이 기억되는 만큼, 우리는 이 만화를 수십 번 반복해서 TV로 보았다. 당시, 일요일 오후 1시 10분쯤, 전국노래자랑이 끝나면 오후 2시까지 우리나라 국산만화를 방송했다. 아마, 다들 이 점에 공감할 것이다. 하니 시리즈, 아기공룡둘리, 마법사의 아들 코리, 원더키디, 영심이 등등, 날아라 슈퍼보드도 그 한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스포츠 경기나 기타 다큐멘터리 방송으로 이 시간 대에 만화가 방송되지 않으면 굉장히 아쉬워했고, 다음 주를 기약하며 속을 앓아야 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미디어가 발달해 아예 날아라 퍼보드를 시즌 별로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되었다. 격세지감이다. 당시, 우리는 이 만화를 보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일각여삼추처럼 지냈는데 말이다. 그래서 21세기 현재, 모든 영상을 보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추억을 느낄지도 모른다.


필자가 기억하는 날아라 슈퍼보드에 나오는 수많은 에피소드 중 하나가 있다. 아마 게임의 여왕일 것이다. 게임의 여왕이 일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을 모두 체포해서 놀고먹고 말 그대로 근거 없는 자유로운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 게임으로 모든 것을 지배하는 내용이었다. 저팔계, 사오정, 손오공이 이 게임에 참가해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하고, 여왕의 실체를 알았고, 어찌어찌해서 물리쳐서 게임의 여왕을 체포했다. 삼장법사는 그 여왕에게 반성을 하고 속죄하는 대사와 함께 부적으로 마무리했다. 그 후, 저팔계가 삼장법사에게 이런 말을 했다.


'게임의 여왕이 정말 미모가 훌륭한데, 왜 부적에 가두었어요?', 삼장법사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란다. 내면이 중요하단다. 아무리 못나고 이상한 외면이라도 마음이 따뜻해야 한다.' 이런 대사를 남겼던 것이 기억났다.


이 대사를 통해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한 것이다. 이 에피소드가 워낙 기억에 남는 이유가 1990년 대에는 외모지상주의에 따른 사건 사고와 풍자, 그리고 비판 등이 아주 많았다. 그래서 이 현실을 만화를 통해서 다시 반영했을지도 모른다. 그 풍자가 아직도 필자의 머리에 남는 것을 보면, 참 씁쓸하기도 하다.


이런 에피소드들이 여러 편 방송되고, 결국 임무를 완료하고 4명의 캐릭터들은 헤어짐으로 마무리되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진리를 보여줬고, 열린 결말의 암시도 있었다. 다음 시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아쉬움 속에 다른 날아라 슈퍼보드를 기대할 수 있었다.


간략하게 날아라 슈퍼보드를 추억해 보았다. 서유기 작품을 토대로 탄탄하게 멋지게 만든 애니메이션이었다. 교훈도 많았고, 캐릭터들도 훌륭했으며, 스토리도 좋았다. 이런 만화가 있었기에 현재, 우리나라 만화가 발전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이 만화를 본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지금 날아라 슈퍼보드를 보는 어린아이들, 조카, 아들과 딸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봐도 봐도 재밌다. 참 특이한데 또 봐도 특이하네. 기억에 오래 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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