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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동안남 Jan 21. 2023

1편 : 여명의 눈동자가 아직도 인기가 높은 이유는?

다시는 만들 수 없는 우리들의 영원한 시대극 여명의 눈동자 이야기


1940년대, 2차 대전이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이자 일제강점기 시기, 한 남자가 징용을 당해 중국 부대에서 버마로 가기 전날 밤, 한 여자와 철조망 사이를 두고. 이렇게 대화한다.


나, 내일 떠나. 버마로 간대. (중략) 내 아이를 낳아줘. 꼭. 살아있어. 이 말하려고 온 거야.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철조망 사이로 이어지는 불세출의 키스신.... 가히 명장면이다... 그리고 경비대에 맞아서 끌려가는 남자...


이 정도면 다들 짐작할 것이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최대치(최재성 담당), 윤여옥(채시라 담당), 장하림(박상원 담당) 이 3명의 젊은이가 1940년대부터 1950년대 6.25 전쟁까지 약 10년 간의 세월을 그린 시대극이다. 김성종 씨가 쓴 소설을 토대로 드라마를 만들어 대박이 아닌 가히 전설이 되어 어느 누구도 이 드라마를 다시 만들 수 없을 정도로 수작이 되었다. 왜 이 드라마가 가히 불세출의 드라마가 되었을까?


추억의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21세기인 현시점에서도 어느 누구도 재현할 연출자나 감독이 없을 것이다. 오프닝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새벽녘 지프차가 라이트를 켜고 오는 장면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피아노와 악기들이 연주되어 간간이 지나가는 주인공들의 모습... 그 짧은 순간부터가 따라올 수가 없다. 그러니 이미 시작부터가 다른 드라마에 비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음악뿐 아니라, 스토리가 너무도 탄탄하다. 물론, 소설과 다른 면도 있기 때문에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당시 시기를 생각하면 가히 혁신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만큼 잘 만들었고, 주제가 명확했으며,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순간들이 많았다.


필자가 이 드라마가 추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은 3명의 주인공들이 맡은 캐릭터가 정말 획기적이었다. 우선, 최대치는 착한 남자에서 전쟁으로 인해 생존주의적 인물이 되어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기근에 시달리다 우여곡절 끝에 생존하여 공산당 간부가 되었고, 추후에는 지리산에서 죽는다. 윤여옥도 위안부로 끌려가 모진 고생을 하고, 아이를 낳고, 새로운 사랑도 찾을 뻔했지만 갈등을 겪다 결국 최대치와의 사랑에서 결국 죽고 만다. 장하림은 의대생이었지만, 결국 세균전에 투입되어 우여곡절 끝에 탈출하고, 후에는 군인이 되어, 지리산에서 2명의 주인공이 죽어가면서 남기는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되는 역할을 맡는다. 일일이 모든 것을 나열할 수는 없지만, 이 3명의 주인공 속에서 흐르는 사건과 인상적인 장면들에서 우리들은 화면에 녹아들 수밖에 없는 스토리들이 가득했다.


유년 시절에 필자가 이 드라마를 보고 가장 놀랐던 점은 바로 생체실험 즉 마루타, 위안부, 기타 일제의 만행 등등이었다. 한글도 겨우 떼고, 이제 어린이로서 뭔가 나갔을 시기에 이 드라마를 보고 엄청난 충격을 먹었었다. 해방된 지 고작 50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 드라마를 봤으니, 하.. 정말 드라마라지만 너무도 잔인하고 무서웠다. 그래서 그 후부터 필자는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왜 우리가 이런 고초를 겪게 되었는 지도 책과 매체를 통해 인지할 수 있었다. 그만큼 이 드라마에서 나온 각종 배경과 장면들은 필자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가히 충격이었을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도 이 방향대로 방송을 할 제작사가 있을까?


다른 측면에서 드라마를 보며 놀랬던 것은 중국의 자연이었다. 필리핀과 중국을 오가며 촬영을 했다고 하는데, 당시 중국과는 수교를 하지 않았기에 어떤 방법으로 찍었는지는 그땐 꼬마라서 몰랐지만, 여하튼 중국의 배경은 정말 장관이었다. 천연의 모습이 정말 기가 막혔다. 그 멋진 배경에 드라마가 만들어졌으니 어찌 보면 우리의 뇌리 속에 크게 박혀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항으로 넘어가서 초창기 1940년대의 일제강점기가 지나가고, 해방이 되면서 6.25 전쟁까지 나오는 배경은 우리가 겪었던 근현대사를 아주 리얼리티 하게 보여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또다시 당시의 비극을 인지할 수 있었고, 역사의 흐름 속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뭐라 할까.. 다짐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 밖에, 이 드라마를 보면서 소소한 점들도 있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필자가 어른이 되어 다시 이 드라마를 보았을 때, 현재의 대배우들이 당시에 청년 시절 단역을 맡는 모습을 보면서 아.. 스타는 역시 기초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아는 한석규, 임창정 등등 지금의 스타들이 그때 나오는 것을 보니 새롭기도 하고, 신기했고, 존경스러웠다.


다른 점에서 살펴보면, 최재성이 기근에 시달리다 살아있는 뱀을 뜯어먹는 장면, 마루타와 가스 실험에 괴로워하는 박상원, 살기 위해 별의별 활동을 한 채시라 등... 정말 우리가 봐도 고생길이 훤했지만, 그들이 멋진 장면을 만들었기에 현재까지도 그들은 대배우로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과연 그렇게 할 배우가 있을까? 거의 없을 것이다.


여명의 눈동자는 배우들의 연기, 어두운 역사에 대한 인식 바꾸기, 차원이 다른 드라마의 세계관 등을 보여주면서 현재까지 큰 인상을 주고 있다. 언제쯤 이 드라마를 넘어설 새로운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까? 또, 이 드라마가 아닌 근현대사를 반영할 드라마는 무엇이 있을까? 아니면, 역사적인 배경 없이, 오로지 배우들의 열연과 스태프와 연출진, 그리고 천연의 자연경관 속에서 조화로운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을까?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이 드라마의 업적이 너무도 크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필자가 줄거리를 일일이 나열하고, 주인공에 대한 모든 사항을 적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가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던지는 것인지는 적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과거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경각심이다. 그 경각심을 갖고 우리는 현재를 살아야 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10년 사이에 일어난 모든 역사적 배경을 치밀하게 보여준 것도 아마 우리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기 위한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드라마는 너무나 업적이 크다. 따라서 이 드라마에 대한 가치를 높여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우리도 이 드라마에 대한 추억을 영원히 남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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