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by 써머

토요일 아침.

차마 아침이라고 말하기가 부끄럽다. 열시가 가까워서야 눈을 비비적 거리다 일어났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밥을 대충 차려 먹기. 그러고는 집앞 카페로 향한다.


반나절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니 마당에 나온 아버지가 보인다.

아버지는 향나무를 손질중이다.

12월의 토요일 오후, 그에게는 가장 어울리는 일이다.

자신의 키보다 곱절은 되는 나무의 머리에 올라 양손으로 가위를 휘두른다.


집으로 들어오니 부엌의 어머니 소리가 난다.

그는 물부엌의 바닥에 앉아 있다. 세숫대야를 뒤집으니 간이 의자가 되었다.

바닥에 펼쳐진 신문지 위에는 마늘 껍질이 한 가득이다.

나는 깐마늘은 안파냐고 소리를 낮춰 묻는다.

팔기야 하지. 그의 목소리는 아쉽거나 자조의 색조가 없이 건조하다.


내가 그들에게 물려받은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한번도 자산이라고 생각지 않았던 부지런함이란걸 알았다.


사다리까지 마련하고 자신의 팔보다 긴 가위를 들고 있다.


12월의 토요일 오후 가장 어울리는 일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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