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본질

by 써머


어렸을 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꿈에 나오는 모든 인물은 바로 너 자신의 분신이다.



최근에 들은 문학 강의에서 '발더무트라는 이름의 사나이'- 잉게보르트 바흐만'를 다루었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발더무트라는 이름을 가진 한 판사가 있다. 자신과 같은 이름의 사나이가 피고석에 섰을 때, 그는 법정에서 소리를 지르는 돌발 행동을 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를 통제해 온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버지 역시 그와 이름이 같다.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소설 속 모든 인물은 주인공의 분신이다.



오늘 나의 꿈동지와 대화를 나누던 중, 이 말을 진정 느끼게 되었다.



그와 나는 밴드를 공유하는데, 그는 가끔 자신이 즐겨 듣는 음악의 유투브 영상 링크를 올리곤 했다. 얼마 전에, Glastonbury 뮤직 페스티벌 중, 캐롤라인 폴라첵이란 가수가 부르는 노래 영상이 올라왔었다. 그는 요즘 그 노래를 자주 듣는다며 말을 꺼냈다. 그리고는 뮤직페스티벌 관중들 보는게 너무 좋았다고 했다.


"거기 관중들 보는게 즐거웠어요. 그 머리띠 한 남자 봤어요? 그 남자 너무 귀여워요."


평소 꽤 무표정한 그의 얼굴에 한 가득 웃음이 떠올랐다. 가수도 아니고, 한 관중 그것도 남자를 보며 감탄하다니, 그의 반응은 의외였다. 캐롤라인 폴라첵이라는 가수의 "So you're hurting my feelings"이라는 노래인데, 몇 년 전 유행해서 나도 알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청량하면서도 몽환적인 목소리가 좋아 한참을 반복 재생했다. 그래서, 그 역시 나처럼 그녀의 음악에만 빠져 있을 거라 오해했다.


탁 트인 야외 무대 위의 그녀는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화장기 없이 맑은 얼굴에 늘씬한 몸매에 조금은 전위적인 옷차림이 그녀가 줄 밖의 세계의 사람임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또 한번 오해했다. 무대위에 올라선 가수만이 그날의, 그곳의 분위기를 만드는 주인공은 아닌 것이다. 그는 불과 몇 초 만에 되지 않는 남자 관중을 찾아 나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무방비 상태로 그것이 너무 좋아서 무아지경에 빠진 표정, 난 좋아하는 감정을 저렇게 순수하게 드러내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나는 그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다


" 혹시 만약 내가 저 공연장에 있다면 하고 바래고 있는 거 아녜요? 그래서, 마음껏 감정을 드러내고 웃는 저이를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상상하는 거 아녜요?"


사실, 내 물음은,


"예쁜 저 여가수의 모습에 나도 헤벌쭉 웃고 싶다고 왜 말하지 못해요?"


라고 들릴 수 있었을 텐데, 그는 못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싱 바로 이야기의 본질일까?


나 자신을 다른 상황에 대입해 보는 것,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것, 그렇게 삶의 한계를 뛰어 넘는 것,


삶의 결말은 죽음으로 똑같고, 그에 이르는 과정을 변주하고 지어 보면서 쾌락을 즐기는 것, 삶을 그나마 조금은 견딜만하게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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