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역시 아이러니

영화 <도그맨> 리뷰

by 써머

영화관에서 얼마전 예고 영상을 보았다. 뤽 베송이라는 감독의 이름을 몰랐지만 충분히 마음이 동했다.


저 영화 보고 싶어!


스타일리시한 영상과 압도적인 캐릭터 때문이다. 뤽베송 감독의 말로는 그가 '지금까지 창조해 온 모든 캐릭터의 집합체'라고 한다.


별나다.

이상하다.


사람들이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인 도그맨 더글라스를 표현하는 용어다.



사람들을 알면 알수록 그들을 사랑하기는 어렵고, 개들을 사랑하게 된다


놀라운 사실은 이 영화의 모티프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아버지에 의해 4년간 개 우리에서 자란 소년의 기사를 읽고 그 이후의 삶을 상상했다는 뤽베송 감독.


유년 시절 더글라스의 삶은 암울하기 그지 없다.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떠난 어머니, 자신의 잘못을 아버지에게 일러 바치는 형까지. 따스한 어머니, 충성스러운 개들과 함께한 유년 시절의 행복이 빛나기에는 잔혹함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희망을 말하는 듯 하다. 더글라스는 어려운 사람을 도우려 하고, 특히나 깊이 사랑하는 존재를 가졌다. 충성스러운 개들이다. 연기와 노래, 무대에 서는 경험을 사랑하기도 한다. 역시나 정신과 의사 에블린에게 마음을 열기도 한다. 희망의 빛은 영화의 결말에서 절정을 이룬다. 에블린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고 그는 몸 매무새를 가다듬고 무대 의상인 듯 화려한 옷으로 몸을 치장한다. 그러나 가발도 화장도 없이 본연의 얼굴이다. 그리고 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교회 앞에 당당히 선다. 이때,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 이 흐르고, 그는 "나는 준비됐습니다." 라고 신에게 고한다. 더이상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가 쓰러지자 그를 따르는 개들이 주위를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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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시선을 강탈하는 스토리이며 영상이지만 오히려 작품 초반부터 몰입을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사건을 풀어가는 시발점 때문인데, 경찰서에 잡혀 온 후로 묵묵부답이던 그가 에블린을 만나자마자 순순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의 범죄 행위가 노출되게끔 연루된 일은 어이없게도 동네의 세탁소 일을 보는 마사라는 여인을 도와준 일이라는 점이다. 그저 개 한 마리를 맡겼고, 평소 세탁물을 봐주는 정도의 인연인 이를 위해 조직 폭력배를 건드리다니. 에블린 역시 그에게 의문을 갖는다.


"처음부터 나에게 그렇게 솔직한 이유가 뭐에요?"


"우리는 공통점이 있어요. 고통"


더글라스는 에블린의 어떤 점을 보고 고통을 알아챘을까. 그녀의 이혼 사실이었을까. 풍기는 분위기였을까.


소통이라는 면에서 그녀의 존재는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할 지 모른다. 그녀 이전까지 더글라스가 소통한 존재는 분명 개들 뿐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모든 것을 개들은 이해해요.


마지막 결말에서 더글라스의 개 한 마리가 그녀의 집을 찾아왔고 그녀 역시 눈짓을 한다는 점이 그 무게를 더한다.


더글라스에게 휠체어를 벗고 서고 걷는 행위는 곧 죽음에 다가가는 행위이다. 아버지가 쏘아 척수에 박힌 총탄이 그를 자유롭게 했고 동시에 죽음에 다가가게 했다. 교회 십자가로 걸어가는 것은 죽음에 다가가는 일이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행위다.


더글라스는 아이러니한 존재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지만, 사랑할 수 있는 사람.

잔혹함을 가졌지만 동시에 사랑을 가진 사람.


인생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주는 작품.


그 점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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