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14.
필름의 끝에서 우리가 남았다

by 한서진


우리의 계절은 마치 영화 같았어


봄은 오프닝 같았고
너의 웃음은 자막처럼 흘렀지
그리고 너의 향기로 장면이 채워졌어


여름은 우리를 밝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였어
찬란했고, 가장 뜨거웠지
태양처럼


가을은 잔잔한 배경음처럼 스며들었어
가끔 튀는 소리가 있었지만
우리의 왈츠는 기어이 흘러갔지


하지만 겨울이 오자
우리는 대본에 없는 대사를 말했고
감독도, 조명도 없는 장면 속에서
서로를 잃었어
필름이 끊기듯
우리도 그렇게 멈췄지


그래도 아직도
그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우리는 남아 있어
화면은 내려갔지만
잔상은 여전히 남아 있고


우리의 계절은
내 마음 속에서 계속 재생되고 있어


From: 화면은 내려갔지만 감정은 남아 있는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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