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수필 #1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려고 지하철을 탔는데 앉은 맞은편에는 노부부가 앉아 있었다. 서로 닮아 있는 두 사람은 종점까지 가는 듯하였다. 종점까지 가는 사람들만의 특유의 느긋함. 오랜만에 느끼는 느긋함에 물들어 버린 탓이었을까. 내려야 하는 역을 지나쳐 버렸다. 그들의 모습에서 오랜 세월 함께한 사랑의 흔적이 보였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눈빛, 무언의 대화로 이어지는 손짓. 그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밤길을 걸을 때가 많았지만 동행은커녕 외로움이 뚝뚝 묻어나는 발걸음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항상 혼자만 걸어본 것은 아니다. 친구, 가족, 그 외에 많은 사람들과도 몇 번은 동행해 본 적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행(同行)' 한다라고 의식이 없는지라 기억은 어둠 속에 묻혀있다.
이러한 내 생각이 얼마나 이기적인 것임을 노부부를 본 경험 후에야 깨달았다. 인생을 함께해 온 동행과 밤길을 함께 걸어온 동행은 별반 차이가 없던 것이었다. 중학생 시절 첫사랑과 함께한 동행은 두근거리는 설렘이 있었을 뿐, 수많은 동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동행의 느낌을 받지 못한 것은 어찌 된 셈일까….
가족과의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함께 있으면서도 진정한 '함께'의 의미를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부모님의 사랑, 형제자매와의 유대감. 이 모든 것이 '동행'이란 이름으로 우리 곁에 있었는데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회에 찌들고, 현대인의 기계적인 감정에 물든 것일까. 동행하면서 그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은 첫사랑과의 동행의 감정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기억 뒤편에만 묻어버리려는 나의 이기심일까.
지하철 종점을 가듯이 인생의 종착점에 가는 노부부의 동행을 아직 할 수는 없을 거다. 지금 생각으로는 동행다운 동행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어찌 될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가족과의 시간, 친구와의 만남, 연인과의 데이트 등 이 모든 것이 소중한 동행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저 노부부처럼 누군가와 함께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갈 수 있기를. 그때는 지금의 깨달음을 잊지 않고, 매 순간 함께하는 이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인생은 결국 누군가와 함께 걸어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혼자라고 느낄 때조차 우리 곁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었다. 이제는 그 존재를 인식하고, 감사하며 살아가야겠다. 그것이 진정한 동행의 시작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