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게 버티는 중
사랑은 어쩌면 서서히 번지는 독 같은 것.
모양을 지우고, 나만의 나를 조금씩 먹어들어 둘 사이 어딘가에 나를 흘리게 하지.
너만의 나라는 말은 정의가 아니라 틀이었고, 조화는 균형보다는 분해에 가까운 말이었을지도 몰라.
흔들릴 때, 기댄 쪽이 내가 아니게 되면 나는 어디쯤에 남는 걸까.
네가 사랑한다고 말해도, 내가 지워진 자리에 그 감정이 얹히는 것뿐이라면, 그건 사랑일까, 편의일까.
나를 지키면서 사랑할 수는 없는 걸까.
너의 틀 안에서 작아지는 내 중심이, 늘 같은 방식으로 타협을 배워야만 한다면.
결국, 나만의 나, 너만의 나, 섞이지 않는 두 결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은 그 경계를 지우는 일이 아니라, 그 경계를 알아보는 일일지도.
그래서 나는 쉽게 녹지 않으려고 애쓰는 거고, 사랑하려면 휘어지지 않고 남아야 할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