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틀 녘 오르는 동네 산길엔
곳곳에 세워진 거미줄 요새
간단히 얼굴로 헤치고 오르며
뜻밖에 그들의 원수가 된다
밤새 잠 안 자고 한 줄 또 한 줄
자아내고 엮은 줄만 백 리가 넘고
이 가지 저 기둥을 수천 번 오가며
이제 겨우 다 지었다 땀 식혔을 터
순식간에 뜯겨 나간 집이자 일터
한 건 해서 포식하려던 꿈은 산산조각
이쯤 하면 녀석들도 포기할 법한데
오늘 아침도 난 거미집 철거꾼
다른 데 지으라고 말 건넬 수도
허리 숙여 엉금엉금 산행할 수도
날마다 허물어질 모래성 쌓는 녀석들
어쩌면 그들의 삶이 더 진득한 지도
---- 2024-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