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랍시고

온실 장미

by 단빛


날마다 포실하고 녹녹했던 지난날

달콤하고 넉넉한 물과 양식들

잘 크라는 언니들의 애정 어린 눈빛들

꽃망울이 터질 때 기뻐하던 얼굴들


비로소 한껏 피어난 겹겹의 꽃 이파리

혼례를 앞둔 떨리는 봄 아가씨

나비님 어이 오시어 금가루 뿌려주길

설레는 맘으로 기도했던 이 아침


끊어진 발목 꺼멓게 태우는 지짐질

온몸을 훑어내린 전정 가위질

후드득 떨어지는 잎새들

지켜주리라 믿었던 가시들


모두가 즐거워 보여요

아픈 나를 건네주는 그 사람도

포장지 두른 나를 건네받은 그 남자도

내 겨운 숨 향기롭다며 흠뻑 취한 그녀도


다음이 있다면

들에서 났으면




※ 함께 듣는 음악

https://youtu.be/-L0jdHXesIo

Khatia Buniatishvili, Deborah's Theme (From "Once upon a Time in America")


---- 2024-05-25


사진: UnsplashMeghan Schier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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