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낼 수 있고, 지금처럼 하면 된다."
습관 디자인 워크샵을 진행하고, 습관 파트너십을 맺도록 해드린 지인 몇 분이 있습니다. 6개월 넘게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는 고은솔님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립니다.
해낼 수 있는 습관을 디자인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자기효능감과 평온함을 함께 느껴, 주위 사람의 행동 변화까지 이끌어내고 있는 은솔님의 습관 디자인 여정은 저에게도 작지 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Q1. "어떤 습관을 만들어 가고 있는지 소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출퇴근 시간에 숏폼 콘텐츠를 엄청 많이 봤었어요. 그걸 고치는 것이 저의 첫 번째 습관 디자인 시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숏폼 '안 보기'로 접근했었는데요. 조금 더 생각해본 결과 제가 원래 하고 싶었던 것들을 끼워넣어보기로 했어요. 출근 시간에는 지하철 타고 가다가 특정 역에 도착하면 듀오링고 하기, 그리고 퇴근할 때는 마찬가지로 특정 역에 도착하면 이북 리더기 꺼내기. 이렇게 정해서 실천하고 있어요.
거기에 추가로 제가 건강한 삶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식습관에 대한 루틴 그리고 운동에 대한 루틴은 새해 맞이로 추가했어요.
Q2. "식습관과 운동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시겠어요?"
무얼 하고있는지보다도, 왜 하고있는지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식습관과 운동에 관련해선 여러 번 시도했었고 그만큼 실패했었어요. 그런데 지원님 종욱님과 대화를 하다보니 '내가 이걸 왜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죠. 이 습관을 실천해서 내가 어떤 삶을 만들어가고 싶은 건지를 정말 깊이 있게 고민해 보았어요.
Q3. "고민 끝에 무언가 생각이 정리가 되었나요?"
약간 뜻밖의 결과가 나왔어요. 보통 '어떤 모습이 되고 싶다'는 걸 목표설정으로 권장들 하잖아요? 그런데 저의 경우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의 내 모습'이 존재한다는 게 습관 유지의 목표이더라구요.
예전에 다이어트를 성공하고 실패하는 걸 반복했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나를 스스로 다스리지 못했다는 자책감, 그리고 떨어진 자존감을 경험했어요.
지금 저에게 중요한 건 바로 그때 그 낮은 자존감의 상태를 다시 겪지 않고 싶다는 바람이었더라구요. 어떻게 보면, 그때 느꼈던 나에 대한 실망, 점점 자존감이 떨어지는 내 모습, 이런 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던 거죠.
Q4. "그 깨달음 이후 어떻게 바뀌었나요?"
1월부터 시작해서 2주도 채 안 되긴 했는데,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인터뷰어 주: 인터뷰 시점은 1월 중순이었습니다)
이전에는 '듀오링고 습관은 잘 되는데, 운동 습관은 왜 이렇게 안 될까'라며 좌절하고 슬퍼하고 그랬었는데요. 지금은 제 나름의 목표를 설정했어요. 기본적으로 18시간 단식을 지키고 있어요. 항상 오후 5시 30분에 저녁식사를 하고, 다음 날 점심 12시에 식사를 하는 식이죠. 가변적으로 시간에 대응하지 않고, 딱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하고 있어요.
간식도 마찬가지예요.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을 아예 정해놓고, 시작 시간에 알람이 울리면 간식을 가지러 가는 식으로 해보고 있어요.
Q5. "깨달음과 실천을 모두 얻으셨네요. 2주간 해보시니 어떤가요?"
무리한 목표가 아니라, 지금 제가 만족할 수 있는 루틴을 살아가는 과정 자체에 만족하고 있어요. 마침 얼마 전에 다이어리에다가 그런 다짐을 표현하는 글을 써보았어요. "내 몸과 마음을 무리 없이 그러나 꾸준히 잘 다루는 사람으로 살기. 그리고 이 방식으로 오래 살아도 괜찮다는 확신 갖기." 이렇게 썼어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방식으로 꾸준히 살아도, 실제 감량이 더디더라도 괜찮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습관들로 채워가자라는 목표예요. 그러고 나니 부담도 적어지고, 허들을 낮게 설정해둔 것도 있지만 훨씬 더 잘 지켜지더라고요.
Q6. "그렇게 습관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삶에서 어떤 의미인가요?"
반 년 넘게 습관 디자인을 실천하고 파트너인 지원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점이 바로 '이전보다 평온하다'는 것이었어요.
저는 그 편안한 상태를 경험하는 빈도를 늘리고 싶어서 이런 고민과 행동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책이 서은국 교수님의 '행복의 기원'인데요. 그 책에 보면 '행복은 결국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말이 나와요. 작은 행복을 계속 꾸준히 짧은 주기로 반복해서 나에게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서 교수님의 말씀이랑 저의 평온함 추구가 연관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이루고 싶은 게 있고 그걸 위해 짧게 짧게 꾸준히 해나가는 하나하나를 이룰 때마다 작은 짜릿함을 느낀다면, 그게 행복이라는 감정으로 이어지는 거죠. 강도는 낮지만 빈도가 잦아지니까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거예요.
Q7. "습관 디자인과 실천이 행복까지 연결되네요"
맞아요. 그래서 이 습관 디자인 모임을 하기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확실히 달라진 저의 모습이 있어요. 일단 부모님이 제 목소리만 두고도 "밝아진 것 같다", "긍정적인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내가 기분 좋고 긍정적이면서 주변 사람들도 그런 저와 만나면서 같이 에너지가 생기는 게 느껴지거든요. 저희 어머니는 요가를 시작하셨어요. 저를 보면서 자극 받으셨다면서요.
남편에게도 그 에너지가 크게 전달되었어요. 모임 초반에는 제가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에 그쳤었어요. "나 습관 설계에서 이번에 이거 했고, 이런 인사이트가 있었어." 하는 식이었죠. 처음에 그 얘기를 들을 때엔 '잘됐다'고 맞장구만 치던 남편이었는데, 지금은 스스로 습관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어요. 요새는 남편도 저에게 이런 말을 해요. "이거 하니까 진짜 뿌듯하고 내가 내 하루를 꽉 채워서 산 느낌"이라고요.
내가 긍정적인 감정을 계속 느끼면서 남들한테도 계속 긍정적인 감정을 심어주는 것 같고, 그럼 결국 내 주변에 있는 환경 자체가 온도가 달라지는 느낌이에요. 환경이 그렇게 변하니까 매일매일이 너무 뿌듯해요.
Q8. "습관 디자인의 핵심 스킬이 있다면?"
조건을 잘 세팅하는 게 가장 핵심인 것 같아요.
그 상황이나 신호가 주어지면, 고민하지 않고 그냥 행동을 할 수 있게끔 환경을 잘 세팅하는 거죠. 6개월 동안 하면서 잘 지키는 것과 못 지키는 것이 있었는데, 잘 지키는 것들은 대부분 환경 세팅이 잘 돼 있었어요. 출근은 항상 하는 거니까 출근하다가 건대입구역에 들리면 바로 듀오링고 한다. 이건 고민할 여지가 없잖아요.
근데 '하루에 간식은 한 번만 먹기'는 고민이 많이 들어가요. 언제 먹지부터 시작해서 뭘 먹지, 얼마큼 먹지, 한 번 먹고 나서 10분 후에 또 먹으면 이걸 한 번으로 쳐도 되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엄청 많이 했었거든요. 그렇게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면 내가 취해야 될 행동이 뚜렷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바꾼 게 알람을 맞추는 거예요. 알람이 울리면 간식을 가지러 간다부터 시작해 보자. 확실히 그렇게 되니까 알람이 울리는 그 순간을 고민 안 하고 그냥 행동으로 바로 넘기게 되더라고요.
조건을 잘 세팅하는 것, 내가 고민할 그 순간에 처해졌을 때 고민을 하지 않도록. 이게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스킬이었어요.
Q9. "습관 모임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것은?"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하면 된다라는 사실을 체감했다는 것이에요.
원래 욕심이 되게 많았어요. 커리어 측면에서 보자면 엄청 좋은 회사에서 인정 받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죠. 온라인이나 대중매체에 나오는 멋진 분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하고 막 고민만 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결국 그분들도 과거에 무언가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지금 저 자리에 서 있다는 식으로 바라보게 된 거죠. 그럼 저도 제가 하고싶은 걸 꾸준히 하면 그걸로 충분한 것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게 됐어요.
커리어 발전도 그렇고 언어 공부도 마찬가지에요. 이전에는 목표 설정하고 실패하고를 반복했지만, 지금은 '이대로 꾸준히 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모든 걸 대하고 있어요. '결국에는 어떤 형태든 내가 원하는 걸 이루게 될 거야' '이걸 꾸준히 하면 무조건 달성할 수 있게 될 거야' '다이어트도 이대로만 가면 성공할 거야' '나는 이대로 하는 것에 만족해' 이런 긍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마인드를 유지하고 있어요.
'나는 해낼 수 있고 지금처럼 하면 된다.' 이게 제가 습관 모임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