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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끔 Jun 11. 2023

ADHD 글을 쓰는 이유

내가 많이 사랑해

인터넷에서 발견한 불안과 우울의 늪


ADHD 진단을 받기 전은 인생에서 가장 불안했던 순간이었다.


자기비하했던 나


내가 ADHD이면 어쩌지? 하지만 그렇다고 ADHD가 아니면 나의 문제점은 어떻게 고쳐야 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나는 부족한 사람으로 살아왔던 거야?


사람들은 불안하면 인터넷에 검색한다. 나도 그랬다. 인터넷에 ADHD 관련 글을 엄청 찾아보았다. 거의 모든 경험과 논문과 기사들을 구글을 통해 본 것 같다. 한국어로 써진 글은 ADHD 증상이나 그로 인해 힘든 점에 대한 것이 많았다. 그래서 나도 덩달아 우울해졌다. 재밌기 어려운 주제인 것은 알지만, 재밌고 흥미로운 글은 많이 찾아보기 어려웠다.



참 외로웠던 나

ADHD라고 진단을 받은 후, 낙인이 생긴 느낌을 받았다. 많이 울었다. 가족들조차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체감한 순간이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 나를 힘내라고 해주는 것은 딱히 없었다.









생각보다 많이 후련했던 나


우울함과 동시에, 속이 후련함을 느꼈다. 이게 바로 나였구나! 돌고 돌아 나 자신을 이제야 알아낸 기분이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자 놀랍게도, 정신건강은 더 훨씬 더 좋아졌다. 정말 많이 슬퍼했는데도 말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니, 자동으로 뭘 해야 할지 그려졌다. 고쳐야 할 점이 명확했다. 나의 기질을 잘 알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충동성은 빠른 반응과 결단력으로, 주의력이 분산 1되는 것은 오히려 주변 상황을 잘 캐치하는 능력으로 키웠다. 그리고 짧은 기억력을 보완하기 위해 플래너를 꼼꼼히 쓰는 나만의 습관을 만들었다. 진단 후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내 생각보다 더 멋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을 거치고, 나는 ADHD 관련 주제의 글도 충분히 유쾌하게 풀어낼 수 있음을 깨달았다. 당신의 생각보다도 ADHD 사람들은 흥미롭고 재미있다! 피카소, 고흐, 빌게이츠, 에디슨은 모두 ADHD였다. 대항해시대를 개척한 콜럼버스도 ADHD로 의심된다. 우리는 모험가이자, 사업가이자, 사냥꾼의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얌전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벌이는 일마다 천방지축일 것이다. 하지만 그게 매력이고, 재미이고, 콘텐츠인 법이다!


ADHD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고 싶어 유쾌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앞으로 웃을 날이 조금이라도 더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그런 희망 말이다. 있는 그대로 있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버텨줘서 고마워

내가 많이 사랑해

그대로 잘 살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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