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인 나에게는 특히나 더
내가 ADHD 진단을 받기 직전은 한창 마음이 힘들었던 시기였다. 특히 나는 모든 것을 금방 까먹는 내 금붕어 같은 단기기억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때 같이 언어 교환하던 페루 친구와 한 대화이다.
너 목소리가 안 좋아. 무슨 일 있어?
나 ADHD인 것 같아... 나는 작은 것도 자주 까먹고, 모든 것에 허술해서 속상해
뭐?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너희 문화권에서는 그것이 결점인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건 아무 문제도 안돼. 내 친구들도 여럿 진단을 받았는걸.
잉? 이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래서 다양한 논문과 자료를 찾아보았다.
히스패닉들은 ADHD 진단율이 낮은 편이다.
많은 라틴계 부모들은, 자식들이 보이는 ADHD 증상들을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으로서 받아들인다.
사실 논문을 보지 않고 문화적인 측면만 봐도 그렇다. 그들은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고, 일을 정확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서로 말을 끊으면서 끼어들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보다 현재에 충실하다. 그리고 이런면들은 내 행동과 유사하다고 생각이 든다.
위 논문은 한국에서의 ADHD 진단율에 관한 데이터도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한국 또한 ADHD 진단율이 낮다고 한다. 하지만 스페인어 문화권과 다른 점이 있다. 한국에서 진단율이 낮은 원인은 ADHD라는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자녀가 ADHD일 경우 그 원인을 생물학적 요인으로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아이의 부모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쟁이 치열하고 항상 바쁜 한국에서의 삶을 힘들어한다. 그리고 adhd로서는, 한국에서 살아남는데 더 힘든 부분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항상 바쁘게 살기 때문에 제시간에 지키는 약속이 매우 중요하고, 일을 정확히 해내지 못하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남다른 생각이나 행동보다도, 안정되고 무난한 생각과 행동을 더 좋아한다. 한국은 유독 '평균'의 기준이 매우 높은데, 한국에서 평균이란 상위 20% ~ 30%를 말할 때가 많다. 을 그들이 생각하는 평균보다 잘 수행하지 못하면 이상하게 보거나,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나쁜 것은 아니다. 실리적이고 영리한 것이며, 성공에 가까워질 수 있는 마인드셋이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스페인 /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이유는 없었다. '왜 좋아하냐'라는 모든 질문의 대답은 '음.... 그냥'일 수밖에 없었다. 그냥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냥... 그리고 나는 그 이유를 지금 찾아낸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특이한 사람 취급을 받아 왔다. 특이하다는 것은, 다른 말로 호불호가 갈린다는 말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극명하게 있었다. 그런 시선 속에서 나는 무난한 사람이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adhd였기 때문에 스페인어 문화권에 더 끌렸을지도 모른다.
ADHD 환자로서, 매번 '빨리빨리 정확히'를 요구하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문화권에서 나도 '일반적인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내 안에 작은 호기심이 생겨났고, 나는 궁금한 건 못 참는 사람이다.
모험을 좋아하는 나는 스페인에 직접 가보려고 한다. 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기 위해서.
2022.12.01.
스페인에 가기 전에 쓴 글
나는 내 자신이 너무 장하다
참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