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일상을 연결 짓다 ; 황조교의 짧은 레포트 Ep1.
어린 시절 방학이 그토록 기다려졌던 이유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사촌 형들 때문이었다.
시골 큰 집에 놀러 가 매일 밤 천 원짜리 연습장에 우스꽝스러운 만화를 그리고, 근처 마트에서 투게더 한 통을 사 와서는 두 눈을 가린 채 비명을 지르며 무서운 영화를 보는 일. 잠옷 바람으로 큰엄마 가게에 급습해 선풍기 바람을 맞으면서 매콤 달콤한 숯불 닭꼬치를 배 터지게 먹는 일.
비일상적이지만 동시에 일상적인 순간들이 켜켜이 쌓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쉴 새 없이 새겨둔 깔깔거림이 멎어들 무렵 어느새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서로의 다음 방학을 기약하면서, 다음 방학 때는 형아들보다 키가 더 커서 돌아올 거라고, 울지 않고 씩씩하게 공부도 열심히 할 거라 형아들과 약속하면서. 다시 만날 때 찰나의 어색한 순간 없이 서로가 서로의 세상을 또다시 두 팔 벌려 품어줄 거라는 사실을 말없이 약속하면서.
어쩌면 정든 공연을 떠나보내는 건 다음 방학을 기약하며 서로에게 손을 흔드는 일 일지도 모른다. 당장은 헤어지지만 계절이 지나 훌쩍 커버린 내 키만큼 성숙해진 나의 영혼과 다시 만날 거라는 믿음을 품은 채.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막공을 보고 나서 떠오른 일각
황조교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hwangjogyo_musical/
황정후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yo_junghoo